윤씨와 고소전 벌인 인물…트렁크서 '별장 동영상' 발견된 차 주인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폭력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단이 건설업자 윤중천(58) 씨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 대부분은 윤씨와 돈 문제로 얽혀 있다는 점 때문에 무고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성폭력 사건 수사에 나선 검찰 수사단이 이번에는 '무고죄 프레임'을 깨고 혐의를 밝혀낼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윤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 권모 씨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2012년 윤씨와 돈 문제로 고소전을 벌인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별장 동영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나 김학의 사건의 발단이 됐다.

서울에서 대형 어학원을 운영하던 권씨는 빌려 간 돈을 갚으라고 윤씨에게 요구하다가 2012년 10월 윤씨 부인에게 간통죄로 고소당했다.

이후 권씨는 윤씨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고 24억원가량을 뜯겼다며 윤씨를 같은 해 11월 서초경찰서에 맞고소했다. 윤씨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약물을 먹인 뒤 성관계 동영상을 찍었으며, 이를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권씨는 윤씨가 가져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찾아달라며 사업가였던 지인에게 부탁했는데, 이 승용차 트렁크에서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발견됐다.

2013년 검경 수사에선 권씨가 윤씨와 내연 관계였던 점, 금전 관계가 얽혀 있는 점이 성폭력 관련 혐의를 무혐의 처분한 근거가 됐다.

수사단은 권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김학의 동영상'의 유출 경로는 물론, 김 전 차관의 성폭력·뇌물수수 의혹을 두루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권씨 소유 차량에서 나온 동영상을 경찰이 언제 입수했는지는 청와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기 위한 쟁점이기도 하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권고한 곽상도(현 국회의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경찰 측이 동영상의 최초 입수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 조사에서 권씨는 윤씨가 한 사업가의 횡령 사건을 무마하려고 김 전 차관에게 전화 거는 것을 봤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권씨가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셈이다.

수사단이 성폭력 혐의를 규명할 수 있는지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경찰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넘긴 김 전 차관이 왜 검찰에선 2013·2014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지는 핵심 의혹 중 하나다.

권씨를 비롯해 윤씨와 금전 관계로 얽힌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점이 무혐의 처분의 주된 사유였는데, 이번 수사로 다른 판단이 나올지가 주목된다.

김 전 차관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근거로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중 한 명이었던 최모 씨를 무고죄로 고소한 상태다. 최씨는 윤씨에게 빌려준 5천만원 가운데 2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금전거래 관계가 있었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전 차관이 최씨를 고소한 것은 수사단이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에 대해 조사를 본격화하기 앞서 '입막음'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권씨 측 관계자는 "사건을 '무고죄 프레임'으로만 보지 말고 윤씨에게 수십억 원을 뜯긴 뒤 그 피해를 복구하려던 피해자로 볼 필요가 있는데, 과거 검찰 수사에선 그러지 않았다"며 "피해 여성들 모두 과거에는 김 전 차관의 위세와 윤씨의 행동이 두려워 검찰이 하자는 대로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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