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드대 졸업, 독실한 크리스찬, 동성애자…

30代 부테제즈 돌풍, 민주당 경선 후끈

[화제인물]

8개국어 능통, 쇠락한 인구 10만 도시 재생 재조명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최연소 후보 주자 피트 부테제즈(Buttigieg·37·사진)의 돌풍이 무섭다. '3강(强)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인디애나주 인구 10만 도시 사우스벤드 시장인 부테제즈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명이나 다름없었으나 최근 지지율이 파죽지세로 올라 야권 거물 버니 샌더스(77)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을 위협하며 경선판은'3강(强) 구도'로 재편시켰다.

뉴햄프셔대가 22일 발표한 민주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부테제즈는 샌더스(30%)-바이든(18%)에 이어 15%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이 조사에서 부테제즈 지지율은 1%였다.

같은 날 또 다른 격전지 아이오와 조사에선 샌더스와 바이든이 19%였고 부테제즈가 14%로 추격했다. 20여명이 출사표를 낸 민주 경선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은 이 세 명뿐이다.

부테제즈 돌풍은 지난 3월 CNN의 민주당 주자 대상 '타운홀 토론'이 계기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제·사회적 불안에 공감해야 한다"면서 정파를 뛰어넘는 정치 개혁과 세대교체 구상을 발표, 샌더스의 계급투쟁론이나 오바마 정권 향수에만 기댄 바이든과 차별화했다.

부테제즈가 쇠락한 중서부 도시 사우스벤드를 재생시키고, 시장 재임 중 무급휴직을 내고 입대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스토리가 조명됐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와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에 유학했으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또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는 점 등 진보·보수가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부테제즈는 지식인과 젊은 층은 물론, 트럼프에게 뺏겼던 백인 노동자와 중도층을 되찾아올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했다.

특히 부테제즈가 8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점이 정치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영어 외에 아버지 고향인 몰타어와 이탈리아어·다르시어(아프간)·아랍어·노르웨이어·프랑스어·스페인어를 독학으로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부테제즈의 지적 호기심과 세계관을 넓히려는 노력이 트럼프와 극적으로 대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 경선 후보 젭 부시가 스페인어를 하자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미국 땅에선 영어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