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의결 토대로 윤석열 서울지검장 최종 결정
보수단체 반발 예상…정치적 민감성 고려해 심의위 구성 등 비공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서울중앙지검이 25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상고심 재판을 받는 박근혜(67)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불허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디스크 통증 등이 현행법상 형집행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3시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사유가 있는지를 살폈다.

형사소송법은 '건강을 현저히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형집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7일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로 인한 불에 데인 것 같고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을 호소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의사 출신 등 검사 2명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보내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임검(臨檢·현장조사)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심의위는 1시간가량 회의를 열어 임검 결과 등을 검토한 끝에 형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불허 의결을 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심의위 의결에 따라 형집행정지 불허를 최종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은 임검 결과나 전문가 진술을 직접 청취하지 않기 때문에 위원회 의결과 배치된 결정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형집행정지 요건은 수감자가 ▲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염려가 있을 때 ▲ 70세 이상일 때 ▲ 잉태 후 6개월 이후 ▲ 출산 후 60일 이내 ▲ 직계존속이 중병·장애 등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을 때 ▲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을 때 ▲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 7가지다.

박 전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 등 외부 병원에서 몇 차례 진료를 받은 점, 구치소 의무실에서 격주에 한 번씩 외부 한의사로부터 치료를 받는 점 등도 심의위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디스크 통증과 함께 '국론분열 방지 및 국민통합'도 신청 사유로 내세웠지만, 법률상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의위는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사건 담당 주임검사 등 검찰 내부위원과 의사가 포함된 외부위원으로 구성됐다.

다만 검찰은 정치적 민감성과 보수단체의 과격한 반발 등을 우려해 심의위원들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비공개했다.

법조계에선 이미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가능성을 낮게 점쳐왔다.

검찰은 2013년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인 윤 모 씨가 허위진단서를 통해 장기간 형집행정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후 형집행정지와 관련한 심의 기준과 절차를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313건의 형집행정지가 신청돼 194건이 받아들여졌다. 2017년에는 325건 가운데 197건에 대해서만 형집행정지가 내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디스크로 형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진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형집행정지 신청으로 정치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석방 가능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이날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수형 생활은 이어지게 됐다.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 구속 기간이 지난 16일 만료됐지만, 별도로 기소된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상태여서 17일부터 기결수 신분으로 바뀌어 2년 형 집행이 시작됐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특별사면 등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법무부는 현행법상 특별사면이 '형이 확정된 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농단 사건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은 검토 대상이 아니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