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USA·틴USA·아메리카' 3개 미인대회 흑인 싹쓸이 우승

[뉴스포커스]

"흑인의 아름다움이 미국의 아름다움 기준 될수있어"
인종차별 등 고정 관념으로 부터 크게 발전한 상징"

지난 2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2019 미스 USA'선발대회에서 흑인인 첼시 크리스트(28)가 최종 우승했다. 이에앞서 지난해 9월 '2019 미스 아메리카'에서도 흑인인 니아 프랭클린(25)이 왕관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열린 '2019 미스 틴 USA'에서 우승한 칼리그 개리스(18)도 흑인이었다. 미스 USA를 포함해 미스 아메리카·미스 틴 USA 등 올해 미국의 주요 3개 미인대회에서 흑인 참가자가 모조리 1위를 휩쓸었다. 미국 미인 대회 역사상 같은 해에 3개 대회 모두 흑인이 1위로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일 미스 USA 대회에서 노스캐롤라이나 대표로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체슬리 크리스트는 MBA 출신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변호사다. 부당하게 처벌받은 수감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무료 변론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크리스트는 미스 USA 왕관을 수여받은 직후, "우리 세대는 포용성, 다양성, 강인한 여성이라는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첫 번째 세대다. 앞으로도 이런 진보가 꾸준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년 9월 대회를 치른 '미스 아메리카 2019'에서 뉴욕 대표로 나와 우승한 니아 프랭클린의 당시 우승 소감도 남달랐다. 그는 "나는 소수 인종이 5%밖에 되지 않는 학교를 다녔다. 피부색 때문에 그곳에 속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자라면서 음악을 통해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의 아리아를 불러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현재 뉴욕에서 음악을 통해 재능 기부를 하는 비영리봉사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미스 틴 USA에선 코네티컷 대표로 왕관을 차지한 칼리 게리스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지역 문화 센터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춤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게리스는 드물게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를 펴지 않고 그대로 출전했다. 그는 패션지 '엘르'에 "한때는 나도 (백인들 사이에서) 튀는 내 흑인 머리 모양 때문에 고민했었다. 하지만 내 안엔 강한 의지가 있고, 내 자신을 있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나는 자연스러운 머리 모양을 하고 있을 때 훨씬 더 큰 자신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스트 테네시 주립대의 엘우드 왓슨 미국 흑인사 연구 교수는 CNN에 "백인 여성들이 미국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동안 흑인들은 항상 타자(the other)로 취급받아 왔다"고 말했다. 흑인이

미국 미인 대회에 참가한 것은 1970년 미스 아메리카에 출전한 셰릴 브라운이 처음이다. 듀크대에서 미국 흑인사를 가르치는 토머스 드프란츠 교수는 AP에 "이 세 명의 흑인 입상자는 흑인들의 아름다움이 미국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 때 "백인 여성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던 대회에서도 흑인 여성이 우승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평도 나온다. 한때 흑인들이 '미스 블랙 아메리카'미인대회를 따로 열기도 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흑인들이 고정관념과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난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의 미적 기준이 인종차별 등 고정관념으로부터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