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美, 감히 군사행동하지 않을 것"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강화와 맞물려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 폭격기들을 중동에 속속 배치하면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H 전략 폭격기 여러 대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착륙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폭격기들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지난 8일 카타르에 도착했다.

또 미군은 서남아시아의 비공개 지역에 다른 폭격기들을 배치했다고도 밝혔다.

중동 해역에는 미국 항공모함이 배치됐다

미국 해군은 9일 지중해에 있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이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홍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은 이란의 봉쇄 위협을 받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항모전단을 파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해역을 관할하는 5함대 사령관인 제임스 멀로이는 로이터와 전화 인터뷰에서 "항모전단을 해협 안으로 보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중동 어느 곳에서든 함대를 운영하는 데 어떤 제약이나 도전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강한 군사적 압박에 나선 것은 최근 이란군이 미군을 공격하려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이유에서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많은 문젯거리와 확대되는 징후 및 경고에 대응해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폭격기들을 (중동을 포괄하고 있는) 미 중부사령부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군의 공격 징후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관련해 내가 보고 싶은 것은 그들이 나에게 전화하는 것"이라며 "만일 그리한다면 우리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일단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0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의 야돌라 자바니 정치국 대표는 이란 매체 타스님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감히 우리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니 대표는 또 이란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상대로 본다며 "미국과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반 호스라비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지난 6일 미국의 항공모함 중동 배치는 심리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지난달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자 이란이 중동 주둔 미군을 똑같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또 이란이 지난 8일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일부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뒤 미국은 이란의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등 광물 분야에 대한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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