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편집인, 화웨이 핸드폰으로 교체하며 애국심 강조
화웨이 "안드로이드 생태계 계속 발전시킬 능력 있어"
中외교부 "화웨이가 법률무기로 권리 지키는 것 지지"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특파원 = 구글이 미국 정부의 조치에 따라 화웨이와의 일부 사업을 중단하자 중국에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불매 조짐이 일고 있다.

20일 환구망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자신이 9년 동안 사용했던 아이폰 대신 화웨이 휴대폰을 구매한 사실을 공개했다.

후시진 편집인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매체 인사다. 따라서 구글이 화웨이와의 일부 사업을 중단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중국이 애플 불매 운동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후 편집인은 "내가 화웨이 핸드폰으로 바꿨다고 해서 애플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애플은 중국 발전에 기여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내가 어떤 종류의 휴대폰을 사용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화웨이가 미국에서 탄압을 받을 때 나는 개인적인 감정에서 화웨이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화웨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 휴대폰으로 바꾼 뒤 기존 아이폰도 버리지 않았다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에 따라 아이폰을 아예 버릴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중국 네티즌 또한 웨이보 등에 '아이폰 불매'를 외치는 글을 무더기로 올리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생태계를 계속 발전시킬 능력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화웨이는 이날 입장문에서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중요한 참여자로서 안드로이드의 발전과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화웨이는 계속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발전하고 사용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포함한 상품과 서비스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하고 구매하라고 했다.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메이커인 화웨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 공개 버전에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 지도나 검색, 지메일 같은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어 해외 시장에서 타격받을 수 있다.

화웨이는 앞으로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지속해서 만들어, 이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화웨이 편을 들고 나섰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구글이 이미 화웨이에 대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이전이 필요한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일을 정식으로 확인하고 사태의 진전을 적극적으로 지켜볼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이 법률 무기로 스스로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5G 이동통신 기술의 선도업체로 미국의 집중견제를 받는 화웨이는 지난주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화웨이에 상품과 기술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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