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응 구명조끼 2개가 전부…사고 발생 신고 여부도 가려져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있던 유람선을 들이받았던 크루즈가 추돌 사고 직후 후진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뺑소니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침몰한 허블레아니의 선사가 속한 크루즈 얼라이언스는 1일(현지시간) 허블레아니쪽에서 찍힌 7분 22초짜리 영상을 처음 공개했는데, 추돌 이후 크루즈는 후진해서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전진한 뒤 화면에서 사라졌다.

추돌 사고로부터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화면에서 사라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 50초였다.

사고 이튿날 경찰이 공개했던 영상은 바이킹 시긴이 추돌 후 그대로 직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는 추돌, 후진, 정지, 직진의 과정이 자세하게 드러났다.

바이킹 시긴이 추돌 사고를 모르고 그대로 지나쳤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추돌 사고 후 바이킹 시긴은 2.7노트의 느린 속도로 45분을 더 향한 뒤 북쪽 부두에 정박했다.

바이킹 시긴이 추돌 사고 후 후진을 할 때 뒤에 바이킹 시긴만큼 큰 대형 크루즈 선박이 따라오는 모습도 보이는 데 또 다른 추돌을 피해 바이킹 시긴이 직진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영상에서 바이킹 시긴을 뒤따라 오던 크루즈는 바이킹 시긴이 후진, 다시 전진하는 순간 머르기트 다리 근처까지 왔고 이때 이미 정지 상태에 가까울 만큼 속도를 상당히 늦췄다.

추돌 후 후진했던 바이킹 시긴이 다시 전진해 영상에서 사라지는 2분 50초 동안 바이킹 시긴에서 이뤄진 구조 조치는 승무원들이 구명조끼 2개를 던지는 것만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최초 사고 발생 신고자가 누구였는지도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 승무원들이 신고조차 하지 않고 45분을 더 운항했거나 뒤늦게 신고를 했다면 책임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추가로 공개된 영상에서는 화면 왼쪽에서 추돌 사고 직후 현장을 바라보면서 손으로 가리키는 사람의 모습도 나온다. 바이킹 시긴을 뒤따라 오던 크루즈선에도 상부 갑판에 1층 난간에 많은 승객이 있다.

헝가리 현지 매체 index.hu는 화면을 확대 분석한 결과 추돌 사고 직후 바이킹 시긴이 후진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 물에 빠진 5∼6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킹 시긴이 사고를 낸 뒤 정작 물에 빠진 관광객들을 구한 배는 주변에 있는 민간 선박과 구조대 배였다. 당시 주변을 지나던 랍소디아호, 울람호의 교신 내용은 지난달 31일 현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랍소디아호의 선장은 사고 지점에서 2.7km 떨어진 세체니 다리에서 물에 빠진 사람 2명을 보았다고 구조대에 알렸고 구조대가 이들을 구했다. 울람호도 주변 배들과 교신하면서 두 사람을 끌어올렸다며 알렸다.

당시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등 33명 중 7명이 숨졌고 19명은 실종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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