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달라며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와 거래하는 퀄컴, 인텔, 자일링스 등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와의 거래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텔과 자일링스 임원들은 지난달 말 상무부와 화웨이 제재에 따른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도 화웨이에 반도체 판매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견을 상무부에 피력했다.

퀄컴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컴퓨터 서버 사업 부문이 흔히 구할 수 있는 부품을 사용하며 5G 네트워크 장비처럼 안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식통은 기업들의 로비가 "화웨이를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볼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 기업과 거래할 때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화웨이를 포함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도 정부 관리들에게 이번 제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SIA 글로벌정책 부문 부회장 지미 굿리치는 "국가 안보와 관련 없는 기술은 해당 명령의 범위에 포함되어선 안 된다는 우리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작년 화웨이는 700억 달러어치의 부품을 구입했는데 이 중 110억 달러는 퀄컴, 인텔, 마이크론을 포함한 미국 기업이 공급한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통적인 방식의 로비는 거의 하지 않는 대신 법적 소송과 대외 홍보 캠페인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사이버 전문가인 짐 루이스는 "화웨이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화웨이는 정말 나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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