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백만장자 집주인 9년 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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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하에 비밀 벙커, 69m 터널 뚫다 화재 死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지하에 비밀 벙커를 만들다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백만장자가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AP통신은 17일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지방법원이 주식투자가 대니얼 벡위트(28)에게 2급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 외곽의 부촌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에 사는 벡위트는 2017년 9월 자택에 비밀 벙커를 만들기로 했다. 그에게 회사 투자금을 조달받은 인도계 청년 아스키아 카프라(21)가 작업에 참여했다.

유명 해커인 벡위트는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 편집증적 집착을 보여왔으며 지난 2016년 해커 모임에 나가 방화복과 얼굴 가리개를 착용하고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벡위트의 제안으로 비밀리에 벙커를 만들기 위해 터널을 뚫기 시작한 카프라는 벡위트가 내려준 양동이를 화장실 삼아 한 번 작업 때마다 며칠씩을 터널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 결국 얼마 후 카프라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까맣게 그을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굴을 파던 카프라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프라의 시신은 쓰레기로 가득 찬 벡위트의 자택 지하실에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당시 카프라가 판 터널은 아래로 6m 깊이, 60m 길이에 달했다.

검찰은 벡위트가 비밀 유지를 위해 명백한 위험 징후를 무시했으며 결국 카프라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애초 벡위트는 2급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로 최대 3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재판부는 카프라의 사망이 벡위트의 고의가 아닌 점 등을 들어 9년형을 제외한 나머지 21년형을 집행 정지시켰다. 카프라의 유족은 처벌이 약하다며 반발했지만 벡위트 측은 오히려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