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해외 도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한근(54) 씨가 24일 두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이날 한근 씨를 서울구치소에서 불러 이미 공소가 제기된 횡령 등 혐의와 함께 부친인 정 전 회장의 소재를 캐물었다.

한근씨는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한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해 전날은 검찰청사에 나가지 않았다.

한근씨는 1997년 11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를 세우고 회삿돈 3천270만 달러(당시 한화 320억원)를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듬해 9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한근 씨가 해외에 머무는 동안 1년 단위로 피고인 구금용 구속영장을 발부해왔다.

한근 씨가 송환됨에 따라 320억원 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이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은 해외 도피로 기소중지된 한근 씨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재개해 추가로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근 씨를 상대로 부친인 정 전 회장의 생사와 소재를 파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생존해 있다면 96세다.

한근 씨는 송환된 이후 "부친이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유해가 존재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열로 화장 처리된 유해의 경우 유전자 감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 전 회장의 생사를 판단할 결정적 근거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한근 씨가 부친의 강제송환을 막고 도피 경로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전 회장이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는 키르기스스탄·에콰도르 등 현지 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사망진단서 등 객관적 기록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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