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멀티포지션 명과 암...불펜 방화·내야진 수비실수로 번번이 발목잡혀

LA 다저스의 류현진(32)이 이번에도 10승에 닿지 못했다. 지난 16일 시카고 컵스전처럼 내야진의 에러로 허용하지 않아도 될 실점이 나왔다. 3-3 동점에서 등판을 마치며 3연속경기 승패 없이 물러났다. 1루수 경험이 거의 없는 작 피더슨, 유격수로 나선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 2루수로 출장한 코너 내야수 맥스 먼시 등이 흔들리며 아홉수가 길어지고 있다. 다저스 야수들의 멀티포지션 소화가 독으로 작용한 이날 경기였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시즌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107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6피안타 5탈삼진 1볼넷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내야진의 에러가 아니었다면 선발승을 챙기는 것은 물론 보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러로 인해 투구수가 불어났다. 타선지원도 활발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애리조나전에서 9승을 올린 후 9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불펜 방화, 이후 2경기서 내야진의 수비실수로 승리를 쌓지 못한 류현진이다.
우려했던 모습이 나왔다. 주포지션이 아닌 자리에 출장한 내야수들이 흔들렸다. 이날 다저스 내야진은 3루 저스틴 터너를 제외한 세 자리가 베스트 라인업과 거리가 멀었다.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테일러는 주전 유격수 코리 시거가 부상으로 이탈해 유격수로 출장했다. 2루수로 나선 먼시도 가장 많이 출장한 포지션은 1루, 1루 다음으로 익숙한 자리는 3루다. 외야수 피더슨은 이날 선발 1루수 출장이 개인 통산 2번째에 불과했다. 지난 21일 경기서 처음으로 1루수로 출장한 후 이틀 연속 1루수로 나섰다. 초보 1루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시작부터 불안했다. 1회 초 좌중간 안타를 친 이안 데스몬드에게 2루까지 허용했다. 타이밍상 중견수 알렉스 버듀고의 송구로 데스몬드를 2루에서 태그아웃시킬 수 있었으나 2루수 먼시가 송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허무하게 1사 2루가 됐고 류현진은 놀란 아레나도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에러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에러성 수비가 실점의 빌미로 작용했다.
3회 초에는 수비 실수가 두 차례 나왔다. 무사 1루에서 류현진은 찰리 블랙몬을 상대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테일러가 피더슨의 송구를 받는 과정에서 2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첫 판정은 2루서 포스아웃이었지만 콜로라도는 심판진에 챌린지(비디오판독)를 요구했고 챌린지 결과 2루 주자가 세이프 판정을 받고 무사 1, 2루가 됐다. 테일러의 에러가 기록됐다. 위기서 류현진은 데스몬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닝을 마칠 수 있었던 순간에도 에러성 수비로 3회 초가 끝나지 않았다. 1사 1루에서 다니엘 머피에게 4-6-3 병살타성 2루 땅볼을 유도했는데 피더슨이 테일러의 송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해 2사 1루가 됐다. 아찔한 상황은 5회 초에도 나왔다. 류현진은 무사 1루에서 데스몬드의 도루를 간파해 완벽한 타이밍에 1루로 송구했다. 그런데 피더슨이 미트에서 한 번에 공을 빼지 못해 2루 송구가 늦었다. 데스몬드를 2루에서 태그아웃시키기는 했으나 이래저래 조마조마했던 이날 피더슨의 1루 수비였다.
이유없는 멀티포지션은 아니다. 다저스는 멀티포지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며 기복없는 타선, 야수진의 체력 안배를 실현하고 있다. 18연전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멀티포지션 시스템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다저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내셔널 리그 팀 OPS(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서 0.817로 1위다. 지명타자 제도가 시행되는 아메리칸 리그까지 합쳐도 팀OPS 부문 2위다. 야수 대다수가 타격이 뛰어나고 포지션도 두 개 이상 소화한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 선발투수 유형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다양한 라인업을 가동할 수 있다. 좌투수에게 막강한 키케 에르난데스, 우투수에게 강점을 보이는 데이비드 프리스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리그 방어율 1위인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이날 경기 역시 타선이 3, 4점만 뽑아주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과 함께 수비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춘 라인업을 꾸린 것으로 해석된다. 콜로라도 선발투수가 이날 경기 전까지 방어율 6.00을 기록한 신예 피터 램버트인 것도 투수전보다는 활발한 타격을 통한 완승에 시선을 두게 했다.
하지만 다저스 타자들은 램버트를 압도하지 못했고 리그 전체 승률 1위팀 답지 않은 허술한 수비로 연장접전을 벌였다. 아무리 선발투수가 뛰어난 투구를 펼쳐도 선발승을 보장할 수 없음이 증명된 이날 경기였다.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다저스는 11회 말 버듀고의 끝내기 홈런으로 5-4로 승리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