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도심서 변압기 화재로 대규모 정전 7만3000가구 피해…5시간 동안 도시 기능 마비

[뉴스진단]

지하철·엘리베이터 등 멈춰 시민들 패닉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브로드웨이 공연등
중단, 취소 사태…한인들 피해 여부 촉각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 지난 13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7만3000여 가구가 정전되는 피해를 입었다. 정전 여파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이라고 불리는 타임스스퀘어 전광판도 일부 불이 나갔고, 주말 브로드웨이 공연과 유명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의 공연 등도 중단됐다. 이번 정전은 1977년 뉴욕 대정전 사태 이후 42년 만에 일어난 대규모 정전이다.
뉴욕 전력 회사 콘에디슨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47분쯤 맨해튼 서쪽 웨스트 49번가 인근의 변전소에서 변압기 화재가 발생해 미드타운과 어퍼 웨스트사이드 일대 전기가 끊겼다. 이로 인해 맨해튼 중심부 5번 애비뉴에서부터 서쪽 허드슨강 인근까지 이르는 서부 지역의 40번가에서 72번가 사이 7만3000여 가구가 정전됐다. 전력은 오후 10시쯤 다시 들어오기 시작해 13일 자정 무렵 복구 작업이 완료됐다. 콘에디슨의 회장 겸 CEO인 존 매커보이는 "정전은 (화재로 인한) 단순한 기계적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전으로 인해 지하철 1~7호선 및 A, C, E, D, F, M 라인 등 맨해튼을 오가는 거의 모든 지하철이 3시간가량 중단되거나 운행에 차질을 빚었고, 맨해튼 5번 애비뉴에서부터 12번 애비뉴 사이 42번가에서 74번가에 이르는 도로 교통이 통제됐다.

정전 당시 지하철에 타고 있던 앨리 섀너핸(23)은 뉴욕타임스(NYT)에 "갑자기 지하철이 멈춰 서 안내 방송으로 정전 소식을 알게 되기까지 약 20분간 암흑 속에서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다. ABC방송은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시민들의 구조 요청도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인명 피해 상황은 전해지지 않았다. 또한 뉴욕 한인회 등은 한인들의 피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벽까지도 번쩍거리는 전광판과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타임스스퀘어 일대의 전광판도 일부 불이 나갔다. 미 금융 정보 뉴스 포털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가로 249m, 세로 12m에 이르는 타임스스퀘어의 가장 큰 전광판은 월 광고료가 300만달러에 달한다.

타임스스퀘어 인근 브로드웨이에서 상연 중이던 뮤지컬과 연극도 정전으로 취소되거나 중단됐다. 뮤지컬 '프리티 우먼'과 '셰어(Cher)'등 일부 공연 제작팀은 불 꺼진 무대 대신 길거리에 관객들을 세워두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 유명 가수가 자주 공연하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장은 이날 제니퍼 로페즈의 콘서트가 진행되던 중 정전 때문에 관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우연의 일치?

이날 정전은'뉴욕 최악의 정전 사태'로 기록되는 1977년 대규모 정전과 같은 날인 7월 13일 발생했다. 당시 뉴욕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콘에디슨의 웨스트체스터 발전소에 낙뢰가 떨어져 25시간 동안 뉴욕 퀸스를 제외한 뉴욕 전체가 전기가 끊겼다. 암흑을 틈타 뉴욕 시내 가게 1700여 곳이 약탈을 당했고, 당시 뉴욕 시장은 주민 800만명이 공포에 떤 이날을 '공포의 밤'이라고 이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