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2)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도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류현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워싱턴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35)가 끝내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워싱턴은 13일 '슈어저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고 공식발표했다. 슈어저의 부상 일자는 현지시간 기준으로 9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슈어저는 상반기에도 간간이 등 통증을 호소했다. 지난 6일 캔자스시티를 상대(6-0 승)로 삼진 11개를 곁들이며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7연승을 기록한 뒤에도 등 통증을 느껴 끝내 '별들의 잔치'인 올스타 게임 무대에 서지 못했다. 대신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받았는데 그 때까지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슈어저는 워싱턴 지역지 등 현지 언론을 통해 "등 부상이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슈어저는 14일 필라델피아전에서 후반기 첫 선발 등판을 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이틀 늦춰 16일 볼티모어전에 선발 등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등 통증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후반기 첫 출격은 더 늦추게 됐다. MLB닷컴과 ESPN 등은 '슈어저가 가장 이르게 등판하는 시나리오는 20일 애틀랜타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30일 디트로이트전에서 8이닝 동안 115구를 던진 뒤 등에 이상을 느꼈지만 휴식 없이 엿새 뒤 캔자스시티전에서 통증을 참고 던진 게 화가 됐다고 주장한다.
슈어저는 상반기 19경기에서 129.1이닝을 소화하면서 9승5패, 방어율 2.30을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에서는 류현진(10승2패·방어율 1.73)이 더 앞선다는 평가가 많으나 투구이닝에서 류현진(17경기 109이닝)을 크게 압도하고 삼진을 181개나 잡아내며 전체 1위를 기록하는 등 류현진(99개)보다 더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슈어저의 강점은 구위와 내구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내구성에 흠집이 생긴 가운데 후반기를 출발하게 된 것이다. 이미 세 차례(2013, 2016, 2017년)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베테랑 슈어저는 하반기 등 통증이라는 변수와 싸워야 한다. 등 근육 문제는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위여서 부담스러울 밖에 없다. 류현진이 내구성에서도 슈어저를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류현진과 슈어저가 모두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후반기 둘의 경쟁에서 최대 변수로 꼽힌 것이 바로 '건강'이었다. 전반기 막바지까지만 해도 위험부담은 류현진 쪽이 더 커보였지만 슈어저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살짝 바뀌게 됐다. 분명 류현진에게 유리해진 상황이지만 그 역시 부상 변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지난 시즌까지 어깨 부상 등에 시달린 류현진은 올 시즌 초반에도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른 적이 있다. 복귀 이후 보란 듯이 최정상급 투구를 계속했지만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으며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시즌을 보내고 있다. 류현진이 어떻게 부상 변수를 조절하며 후반기 사이영상 레이스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