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헛스윙'…트럼프 재선 '굳히기'

[뉴스초점]

민주 이탈표 137표 정치적 참사, '분열상'가중
'인종차별'발언에도 끄떡없는 트럼프 승승장구

노골적인 인종차별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탄력이 붙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탄핵안 헛스윙'으로 난파 위기에 몰렸고 트럼프는 승승장구 하게된 셈이다.

17일 미 하원은 민주당 앨 그린(텍사스) 의원이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5명, 반대 332명으로 부결시켰다. 여당인 공화당(197석)은 투표에 참석한 194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고 민주당(235석)도 투표 참석자의 절반이 넘는 137명이 탄핵반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민주당 소수계 여성 4명 초선의원들에 대한 인종차별 공격을 두고 의회에서 탄핵을 위한 절차 투표가 진행됐지만, 야당에서조차 대거 이탈표가 나와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승리'를 선언하고 대야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분노'만으로 탄핵이라는 초대형 이슈를 성급하게 추진, 트럼프에게 면죄부만 준 셈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게 됐다.

트럼프는 결과를 보자마자 "탄핵 시도는 우스꽝스러운 시간 낭비"라고 트윗했다.

이번 투표는 본격적 탄핵 소추안이나 탄핵 결의안이 아닌, 기초적 절차 투표에 해당했다. 다만 대통령이 유색인종을 상대로 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의회가 탄핵 사유로 보는지 가늠할 시험대로는 충분했다. 여기서 민주당 과반수 조차 '그건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 절차 투표가 진행된 것은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이후 트럼프 탄핵론이 고조된 현 시점에도 부결된 것은, 야당의 분열상만 드러낸 정치적 참사라는 지적이다.

애초에 낸시 펠로시(79)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표결 추진에 매우 당혹해했다. 내년 대선과 의회 선거를 앞두고 건강보험 유지, 최저임금 상향 등 야당의 민생입법 성과를 홍보해야 할 시점에 무리하게 탄핵 정국에 불을 붙이면 '트럼프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것'이라며 말렸으나 결국 이같은 참패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이 분열된 근본 원인은 미 국민과 진보 진영 간 탄핵 여론의 큰 온도 차에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 유권자의 3분의 2가 트럼프 탄핵을 주장하는 반면, 국민 전체로 보면 탄핵 찬성률은 40% 안팎, 반대는 60% 정도다. 이번 민주당의 표결은 절묘하게 일반 민심을 반영한 셈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정치 담론을 독점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흔들림이 없다. '인종차별' 논란에도, 17일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6월보다 3%포인트 오른 46%였고, 보수 성향 라스무센 조사에선 최고기록(50%)을 또 달성했다. 이는 트럼프의 막말이 오히려 보수 지지층을 결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