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로 사전에 초소·병력 증강…'가시거리 100m' 상황서 TOD로 포착
임진강 귀순 2010년 이후 처음…北국적자 MDL 넘어 귀순은 8개월만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준삼 기자 = 북한 군인 1명이 1일 중부전선 임진강에서 우리 군 초병에 의해 발견된 뒤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 임진강 귀순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어제 오후 11시 38분께 열상감시장비(TOD)로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이남 임진강 상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미상 열점을 추적 감시하다가 오후 11시 56분께 1명의 미상 인원을 확인하고,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해당 지역은 안개가 끼었고, 흐리고 비가 내리는 등 시야가 매우 흐렸다"며 "초병들이 매뉴얼대로 작전을 펼쳤다"고 전했다.

또 "이 미상 인원은 북한 군인으로, 남하 과정 및 귀순 동기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신병 확보 후 초기 조사 과정에서 군인으로 확인됐다. 이 군인이 병사인지 장교인지에 대해 군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합참에 따르면 심야에 임진강을 통한 탈북을 결심한 북한 군인은 임진강에 몸을 맡긴 채 MDL 이남 750여m 지점까지 떠내려오다가 초병이 지켜보던 TOD에 포착됐다. 초병은 머리만 물 밖으로 내민 이 군인을 처음엔 작은 공 형태의 부유물로 식별해 계속 추적했다. 이후 GOP(일반전초)의 TOD로 GOP 인근 철책 전방 300m 지점의 임진강 상에서 사람으로 식별했다.

해당 부대는 GP(비무장지대 소초)와 GOP 경계병력을 모두 정위치에 대기토록 하고, 유도조를 현장에 출동시켜 매뉴얼에 따라 신병을 확보했다. 만약 최초 발견한 초병이 이를 단순 부유물로 판단하고 계속 주시하지 않았다면, 자칫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이후 또 경계망이 뚫렸다는 비판을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해당 지역은 안개가 짙게 끼고 흐렸고, 달빛도 없었다. 시야는 100m에 불과했고, 비가 와서 불어난 물로 임진강의 유속도 초속 1.4m로 빨랐다. 결국 초병의 기민한 대응으로 최전방 감시망은 이상 없이 작동했고, 귀순자도 안전하게 유도했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부대 지휘관은 임진강 지역의 기상이 악화하자 어제 저녁 8시 40분부터 초소와 병력을 증강 운영했고, 임진강 좌우를 감시하던 TOD를 임진강 상으로 돌려 집중적으로 감시하도록 조치했다"면서 "현장에 전술지휘소도 운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최초 TOD 포착 이후 상황을 보고 받고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임진강 상으로 귀순자는 201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북한 국적자가 MDL을 넘어 남쪽으로 온 것은 지난해 12월 1일 북한 군인(하전사) 1명이 동부전선 MDL을 넘어 귀순한 이후 8개월 만이다.

이에 앞서 2017년 12월 21일 북한군 병사 1명이 중서부 전선으로 귀순한 바 있고, 같은 해 11월 13일에는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했다.

당시 오 씨는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을 받기도 했다.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