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부평깡통시장 인기 日 제품, 천덕꾸러기 신세 전락
포장에 일본어 하나라도 있으면 외면…보따리상도 사실상 거래 중단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야, 일본제품은 사면 안 돼!"

1일 만물상으로 몰리는 부산 부평깡통시장.

매대에 놓인 일본산처럼 보이는 물건을 놓고 일행인 듯한 손님끼리 옥신각신한다.

요즘 부산 관광명소 중 하나인 중구 국제시장과 부평 깡통시장 상인들이 자주 듣는 게 '그거 일본산이야, 사지마'라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 경제 보복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을 방문한 관광객이나 시민들은 이들 시장을 상징하던 일본제품을 아예 멀리하고 있다.

일본산 파스, 과자, 사탕, 볼펜, 술, 담배, 면도기 등은 관광기념품과 다름없었다.

상인들은 올해 7월 초만 해도 '무슨 일이 있기야 하겠나'라고 생각했으나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됐다.

유명 일본제품은 매대에 깔리기가 무섭게 팔려나갔지만, 이제는 먼지만 쌓이는 신세가 됐다.

이날 기자가 만난 일본 의약품과 과자류 취급 업주는 "요즘엔 과자 하나 팔기도 힘들다"며 "하루 매출이 100만원을 훌쩍 넘겼는데 보름 전부터는 10만원 채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보따리상이나 여행객들로부터 산 일본제품에 일정한 마진을 붙여 관광객들에게 팔아 수익을 남기는 방법으로 영업해왔다.

최근 이른바 '노노재팬'이 본격화 하면서 이렇게 들여온 기존 물건이 팔리지 않다 보니 보따리상과 여행객들과 이뤄지던 거래도 뚝 끊기다시피 했다.

한 상인은 "목요일에 진열하면 늦어도 주말에는 팔리던 일본 과자가 한 달째 그대로"라며 "대만이나 중국에서 만든 제품인데 포장지에 일본어가 하나라도 있으면 외면당한다"고 말했다.

소매상만 이런 처지에 놓인 게 아니다. 다른 지역과 이뤄지던 도매 거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1년 전에 일본제품 전문매장 운영을 시작했다는 최모(42) 씨는 "주말이면 몰려드는 차량과 사람 탓에 제대로 걸어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7월 중순부터는 전혀 그런 게 없다"며 "장사가 잘될 줄 알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너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상인들 대부분은 매출 급감에 한숨을 쉬지만 일부는 그런 어려움을 감내하며 오히려 노노재팬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30년째 소매점을 운영하는 박모(57) 씨는 "우리도 일본제품을 파는 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이참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는 일본제품을 아예 안 들여오고 팔지도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판매 제품을 아예 국산이나 다른 나라 제품으로 바꾸는 등 사업 변화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