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당국자, 바보·겁먹은 개"…11일 외무성 국장 담화 중통 보도
12일자 노동신문 등 일절 보도 없어…'대화 국면' 정책전환 여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내놓은 외무성의 '대남 비난' 담화를 주민이 접하는 대내 매체에는 보도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북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11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에서 이 훈련을 비난했는데, 미국이 아닌 남측 당국에 초점을 맞췄다.

담화는 특히 청와대를 향해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해 쩔쩔 매 만사람의 웃음거리…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라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남측 당국자들을 싸잡아 "바보", "겁먹은 개" 등의 막말성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이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잇단 무력시위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표출해왔다고는 해도 상당히 이례적인 수준의 언사다.

그러나 이 담화는 12일 발행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대내용인 조선중앙방송이나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 등에서도 이 담화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반면 노동신문은 전날 오후 외무성 대변인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와 관련해 밝힌 담화는 11일 6면에 게재해 비교됐다.

북한이 막말로 점철된 대남 비난 담화를 정작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대남 압박성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대내용 매체에 소개하지 않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이 남측의 스텔스기 전투기 도입을 비난한 7월 11일자 담화나,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이 남측의 북미대화 '중재' 노력에 대해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고 평한 6월 27일자 담화 역시 중앙통신으로만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향후 북미 대화 추이에 따른 남북관계 진전과 대남 정책 전환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대화의 진전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흐름도 바뀔 경우 현재의 무분별한 대남 비난이 주민들에게 대남 행보의 명분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부담이 있어 공개하는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에 올인하면서 남북대화를 뒷순위로 두는 행보를 보이며 미국 대신 비난의 초점을 남측에 맞추는 상황이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