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격 목격자 신문 마무리…검찰, 탄약병·변호인, 헬기조종사 증인 신청 희망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재판이 12일 광주에서 열렸다.

이날까지 헬기 사격 목격자 15명의 증인신문이 마무리된 가운데 검찰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탄약 보급을 했던 육군 항공대 하사를, 변호인은 헬기 조종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해 귀추가 주목된다.

재판은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2시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렸다.

애초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 씨 등 4명이 39년 전 목격한 헬기 사격에 대해 진술할 예정이었으나 중복되는 증언을 제외해 이날 법정에는 1명만 출석했다.

검찰은 재판 초기 헬기 사격 목격자 21명(생존 17명·사망 4명)의 증언을 증거로 제출했고 변호인 측이 증거 인정에 동의하지 않아 이들 대부분을 법정에 증인으로 신청했다.

올해 5월부터 총 4차례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법정에 선 15명은 1980년 5월 21∼22일 또는 항쟁이 끝날 무렵 옛 전남도청 인근이나 광주천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헬기 사격으로 인한 사망자를 공식 서류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광주시의 5·18 보상결정문 사본 열람을 요청했다.

또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지목된 부대에서 근무했던 조종사 13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역사적으로 정립된 내용이고, 조종사 중 일부는 1995년 검찰 조사를 받은 점, 황영시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이 무장헬기와 전차 동원 명령을 하달한 점이 다른 재판에서 이미 인정된 점 등을 이유로 증인신문보다는 군 문서 등에 대한 서증 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처벌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해도 이를 확인하기 힘들다고도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다음 재판에서는 1980년 5월 22일 광주로 출격하는 헬기에 탄약 2천발을 지급했으며 복귀한 헬기에 탄약 500발이 비었다고 진술한 육군 31 항공단 출신 최종호 씨와 5·18 연구 교수 등 검찰이 신청한 증인들의 신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전일빌딩을 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등도 증인으로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장 판사는 현재 출판 금지된 회고록에 대해서는 재판 당사자 양측의 동의를 거쳐 증거로 제출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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