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도부 공식활동 재개…시진핑 '빈곤 탈출' 강조하며 민심 수습
中 "홍콩사태 본질은 일부 세력의 홍콩정부 전복 시도" 강공 경고
홍콩 목전에 무장경찰 수천명…무력 투입, 주말 시위 추이에 달려
홍콩경찰, 18일 행진은 불허해 충돌 우려…'평화적 개최' 여부 주목

(홍콩 베이징=연합뉴스) 안승섭 심재훈 특파원 =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이 모여 중대 현안의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끝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말 수십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홍콩 시위가 유혈 진압과 평화적 해결 사이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말 시위가 시위대와 경찰 간 폭력적 대립이 아닌 평화적 집회와 행진으로 마무리될 경우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폭력 사태가 재연될 경우 홍콩의 턱밑인 선전(深천<土+川>)에서 비상 대기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최정예 무경 부대의 투입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와 중국중앙TV는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상무위를 주재했다며 사실상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또한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기고문을 통해 빈곤 타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자면서 민심 수습에 나섰다.

내우외환 속에 열렸던 베이다이허 회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중국 전·현직 수뇌부가 미·중 무역 전쟁과 홍콩 사태 해결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관심이 쏠린다.

대만 빈과일보는 시진핑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홍콩 사태에 무력 개입 대신 준엄한 법 집행으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해 중국 본토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목소리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 부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종료될 즈음에 대미 무역 갈등과 홍콩 사태 등에 연달아 강경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의 홍콩 국제공항 점거 농성에 대해 '테러'로 규정짓고 홍콩에서 10분이면 투입이 가능한 선전에 완전히 무장한 수천 명의 무경을 대기 시킨 상태다.

또한 중국 및 홍콩 기본법 심지어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어록까지 동원하면서 중국군 투입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의 셰펑은 지난 15일 한 포럼에 참석해 "홍콩 사태의 본질은 일부 세력이 홍콩 특구의 합법적인 정부를 전복하려는 데 있다"면서 "중앙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고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라는 뿌리를 흔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셰펑은 "홍콩 반환 22년 이래 현재가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현재 급선무는 폭동을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수치스러운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다. 그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그들은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에 주목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말한 대로 행하기를 바란다"고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전날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9월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계획과 관련해 강력히 항의하면서 엄중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 또한 심상치 않다.

한 소식통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대미 전략에 비판이 제기됐고 강경파들이 힘을 얻은 거 같다"면서 "향후 시진핑 주석은 대미 유화책을 쓰기 힘들어져 미·중 무역 갈등은 장기전이 불가피해졌고 홍콩 또한 중국 공산당의 권위를 앞세워 강경하게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콩 사태의 중국 본토 무력을 동원한 유혈 진압 여부는 이번 주말 시위가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은 18일 오전 10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16일 시위에서 200만 명이 참여했던 기록을 넘어 18일 행진에 300만 명이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에는 가족 등이 참여하는 평화 시위를 계획하고 있지만, 앞선 주말시위가 오후부터는 대부분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는 점이 우려된다.

더구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18일 빅토리아 공원 집회만 허용하고,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은 불허해 일부 시위대가 행진을 강행할 경우 충돌이 우려된다.

홍콩 경찰은 행진 불허 이유에 대해 "6월부터 열린 18번의 반정부 시위가 폭력으로 끝났으며, 여기에는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5번의 시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의 행진이 불허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집회는 지난 6월 초부터 송환법에 반대해 열린 11번째 주말 집회이며, 경찰은 이번까지 포함해 최근 4주 연속 주말 집회나 행진을 불허했다. 경찰은 17일 훙함 지역의 송환법 반대 행진도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행진 경로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박했고, 경찰의 행진 불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수십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18일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경우, 중국 중앙정부가 이를 무력 투입의 빌미로 삼을 수 있어 18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날 수 있을지가 시험대로 떠올랐다.

다만 그동안 홍콩 시위 사태를 방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당국의 무력진압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점으로 미뤄 홍콩 사태가 '제2의 톈안먼 사태'가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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