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그린란드 매입 검토' 소식에 자치정부 "만우절 지났다" 조소

[덴마크]

세계서 가장 큰 섬…광물 풍부한 요충지
그린란드 "판매 대상 아냐, 사업엔 관심"
미국선 "구시대적이고 식민주의적 관점"
트루먼 전대통령 시절 1억불 제시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을 검토하고 나섰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같은 보도가 알려지자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우리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고 거부했다. 미국 내에서도 "구시대적 식민주의 관점"이라며 트럼프를조롱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 그린란드 매입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린란드 외교부가 입장을 밝혔다. "그린란드는 광물과 깨끗한 물, 얼음과 어류, 재생 에너지와 탐험 여행 등 귀중한 자원이 풍부하다. 우리는 비즈니스에는 열려 있지만, 판매 대상은 아니다"고 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는 즉각 트위터를 통해 "4월 만우절 농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계절이 지났다"고 꼬집었다.

대륙으로 분류되는 호주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다. 자치 정부와 의회도 있다. 면적의 80%가량이 빙하여서 주민 5만6000여 명은 대부분 해안가에 살고 있다.

그린란드는 석탄, 구리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데다 전략적 요충지여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면서 광물 자원 채굴은 쉬워지고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 그린란드에 공군 부대와 레이더 기지를 설치했었다.

미국 언론은 그린란드의 가격을 추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북극연구소 빅토리아 허먼 회장은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산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이고 식민주의적 관점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와 경제 협력을 늘리는 데 관심이 있다면 그린란드의 역사를 공부하고 덴마크가 아니라 그린란드에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린란드 한 신문사 편집장은 "그린란드가 덴마크 왕국의 독립적인 지역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미국과 협조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우리는 독립적이고, 우리의 친구가 누구인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BBC에 말했다.

미국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했다. WP는 당시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샀는데 현재 가치로 1억3000만 달러라고 추정했다. 그린란드의 면적이 알래스카의 1.5배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2억 달러 정도가 나오는데, 그 정도로 매입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도했다.

1946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덴마크에 그린란드 매입을 위해 1억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루먼 대통령이 알래스카 일부를 그린란드 토지 일부와 교환하는 것도 검토했다고 전했다. 당시 1억 달러가 지금 가치로는 14억 달러이지만, 그린란드의 2016년 국내총생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라고 WP는 보도했다.

'10년 후의 그린란드'라며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황금색 트럼프 타워가 들어선 합성 사진을 올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비꼬는 글도 SNS에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