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무단침입 전력 탓 '삼진아웃' 제도로 중형 선고…재심서 석방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빵집에서 돈을 훔친 죄로 인생의 3분의 2 가까이를 감옥에서 보낸 미국 남성이 30여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데이비드 카펜터 앨라배마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8일(현지시간) 절도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35년간 복역한 앨빈 캐너드(58)에게 석방 판결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83년 당시 22세 청년이었던 케너드는 앨라배마주 베세머의 한 제과점에 칼을 들고 들어가 계산대에서 50.75달러(약 6만원)를 훔쳤다. 경찰에 붙잡힌 케너드는 1급 강도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앨라배마주는 상습범을 엄중하게 처벌하기 위해 3건 이상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에게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이른바 '스리 스트라이크 법'을 도입한 상태였다.

앞서 케너드는 10대 때 빈 주유소에 무단으로 침입해 3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던 탓에 해당 법에 따라 중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앨라배마주 교도소 내 재소자 과밀 문제가 불거지자 당국은 판사들에게 지난 판결을 재고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했고, 케너드에게도 재심의 기회가 돌아왔다.

케너드의 변호를 맡은 비영리 법률 단체 '법과 정의를 위한 앨라배마 애플시드 센터'의 칼라 크라우더는 "만약 최근의 형법 기준에 따라 케너드의 형이 결정됐다면, 케너드는 이미 20년 전에 가석방 자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라우더는 케너드가 모범수였으며, 10년 이상 행동 위반이나 징계를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케너드는 이날 공판에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며 "과거에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대로 되돌려놓을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석방된다면 목수로 일하면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펜터 판사는 "당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은 내게도 큰 의미가 있다"며 교정국에서 행정 서류 작업이 끝나는 즉시 출소할 것을 명령했다.

이날 출소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에 모인 케너드의 가족과 친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고,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케너드의 조카인 퍼트리샤 존스는 케너드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용서를 받고 싶어하며, 다시 돌아와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존스는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그가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s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