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청소년 흡연율 높아지고 폐 질환 확산 속 강력 규제 방침
트럼프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문제…청년들 병들게 내버려 둘 수 없다"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가향 전자담배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전자담배 흡연이 유행하고, 전자담배와 관련된 폐 질환 사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부인 멜라니아 여사, 노먼 샤플리스 식품의약청(FDA) 청장대행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공언했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FDA는 몇 주 안에 일반 담배 맛이 나는 전자담배를 제외한 모든 가향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놓을 계획이라고 에이자 장관이 밝혔다.

포도 슬러시, 딸기 코튼 캔디, 풍선껌 등 10대 청소년들을 겨냥한 달콤한 맛의 첨가제는 물론 멘톨, 민트 첨가제까지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에이자 장관은 "우리는 이런 제품들이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이 모든 매력적인 가향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례대로 실제 집행정책이 발효하는 데는 30일가량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며 "그 시점부터는 담배 맛이 아닌 모든 다른 가향 전자담배는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향 전자담배를 강력하게 규제하기로 한 것은 이런 담배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고교생 중 전자담배 흡연자는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껑충 뛰어올랐고, 올해는 2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가향 전자담배 흡연과 관련해 최근 6번째 폐 질환 사망자가 나오면서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규제 정책을 내놓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향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폐 질환자는 모두 33개 주에서 발생했으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FDA가 약 450건의 발병 사례를 대상으로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환자들은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구토, 설사 증세를 보인 사례도 있었다.

막내아들 배런이 올해 열세살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전자담배가 학부모들이 알아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전자담배 업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엄청난 부자 회사들이 됐다"며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이 아파하도록, 청년들이 병들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멜라니아 여사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아이들의 전자담배 흡연에 관한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

이날 발표에 딕 더빈(민주·일리노이) 상원의원은 "마침내 FDA가 자기 일을 하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나, 전자담배기술협회(VTA)는 성명을 내 가향 전자담배 규제가 "흡연자들에게 다시 일반 담배를 피우거나 암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거나,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이번 규제가 전자담배 업계의 공격적인 로비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특히 대형 전자담배 업체 쥴은 백악관을 겨냥해 올해 상반기에만 190만 달러(약 23억원)의 로비 자금을 쏟아부었다고 AP가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팀 출신 인사 2명을 영입하기도 했다.

AP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VTA는 연방선거와 관련해 모두 67만8천 달러(약 8억원)를 투입했고, 쥴은 무려 370만 달러(약 44억원) 이상을 선거자금으로 쏟아부었다.

VTA는 지난 2017년과 지난해 워싱턴DC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호텔에서 콘퍼런스를 열고 공화당 의원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