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LA 다저스 류현진(32)이 경기를 마치고 다저스타디움 인터뷰실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면 몇몇 미국 언론들만 간단한 질문을 하고 빠지고 한인 미디어들만 남아 여유있게 인터뷰를 한다. 그런데 시즌 13승과 함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때린 22일은 상황이 달랐다. 미국 매체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고, 류현진은 통역을 통해 계속 답을 해야 했다. 미국 언론들이 빠지고 한인 미디어들의 차례가 왔을 때는 별로 던질 질문이 없었다. 앞서 다 했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다 시즌 100승을 달성한 날이었지만 이날의 메인 화제는 류현진이었고, 또 그의 홈런이었다.
앞서 인터뷰를 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다음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 경기에 한 차례 더 등판할 것이라고 밝혔고, 아직 포스트 시즌 선발 구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류현진이 큰 축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데이브 감독은 그의 첫 홈런을 누구보다도 축하해 주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다 류현진이 홈런공을 들고 오는 것을 보더니 다시 인터뷰실 문을 붙잡고는 기자들에게 "류현진이 1호 홈런공을 찾았다. 지금 가지고 들어간다"고 밝게 웃으며 큰 소리를 쳤을 정도다.
그러나 류현진은 겸손했다. 그는 "타석에서 아웃 안당하고 어떻게든 방망이에 맞힌다는 생각으로 했다. 오늘은 낮경기라 넘어간 거 같다. 저녁 경기였다면 안 넘어 갔을 것"이라며 낮 경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저스타디움은 야간 경기를 할 때는 공기중에 습기가 많아 타구 비거리가 줄어드는 반면, 낮에는 건조해 타구가 더 날아가는 특성이 있다. 이 요소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 것.
팀 동료 코디 벨린저의 배트를 빌려 홈런을 때린 그는 "쳤을 때 넘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낮 경기가 좋긴 좋다"며 웃었다.
이 홈런은 0-1 뒤진 상황에서 나온 동점 홈런으로 동료들의 방망이를 일깨운 한방이었다. 그는 "오늘 경기의 큰 계기가 된 거 같다. 좋은 타구였다. 나에게도 첫 홈런이고 이를 계기로 팀도 대량 득점을 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타석이었다"며 이날 경기를 되돌아봤다.
류현진은 지난겨울 난치병 아동인 김진욱 군을 만났을 때 홈런을 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마지막 홈경기에서 그 부탁에 응답했다. 그는 "약속을 지킨 거 같아 너무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