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다시 출석 통보…검찰청사 도착·귀가 모두 철저히 비공개
자택 아닌 모처서 머물다 지하주차장 통해 조사실 올라간 듯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8시간에 걸쳐 첫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자녀 입시, 사모펀드 투자 의혹의 핵심에 있는 정 교수의 검찰 출석과 귀가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다. 검찰은 정 교수를 다시 불러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개천절 휴일인 3일 오전 9시부터 정 교수를 불러 조사했다.

정 교수 소환은 지난 8월 27일 대대적 압수수색으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된 이후 37일 만에 처음이었다.

조사는 자정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상보다 이른 오후 5시께 종료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가 건강 상태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해 귀가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를 대상으로 조사할 내용이 많은 만큼 추후 다시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오후 4시까지 조사를 받은 뒤 1시간 정도 조서를 열람하고 오후 5시∼5시 10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조 장관이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주식 직접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사모펀드를 활용해 사실상 직접투자와 차명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는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 씨가 운영한 회사다. 조씨는 50억원대 배임·횡령, 주가조작 등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정 교수는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해 딸에게 준 혐의(사문서위조)로는 지난달 6일 기소됐다.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가족의 자산관리인 역할을 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36) 씨를 동원해 서초구 방배동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에서 사용한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장관 가족을 향한 의혹 다수가 정 교수를 향하고 있기에 그의 검찰 출석 날짜, 방식에 많은 관심이 쏠렸으나 이날 정 교수의 모습은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조 장관 자택 앞에 취재진이 몰려 있기에 정 교수는 소환 당일인 2일 이전에 집을 나서 모처에서 머무르다 검찰 청사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사에 도착해선 검찰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이동했다.

통상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피의자나 참고인은 청사 1층에서 방문자용 출입증을 받고 조사실로 향한다. 앞서 조 장관 아들과 딸도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당초 정 교수를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는 1층으로 출입하게 해 사실상 '공개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정 교수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비공개 소환으로 방침을 바꿨다.

정 교수는 지난달 병원에 잠시 입원했다가 퇴원했으며, 압수수색 당시 충격을 받아 119를 부르려 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택 압수수색 이후 정 교수의 건강 상태와 (취재진과 유튜버 등이 몰린) 1층을 통해 출입하면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점을 고려해 비공개 소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택 압수수색 이후 '짜장면 논란' 등 수사 절차를 둘러싼 잡음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지난 토요일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자 검찰이 정 교수 공개 소환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