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조커가 이토록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영화 ‘조커’가 연일 화제다. 주연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인터뷰와 화보 그리고 그가 자라온 배경까지. ‘조커’의 흥행에 힘입어 배우의 재평가는 물론, 과거 ‘조커’ 역할의 배우들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여기에 또 하나. 영화 ‘조커’가 주는 메시지 역시 전세계적으로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의 탄생’이라는 그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로 코믹북이 아닌 영화를 위해 완전히 재창조된 독창적인 캐릭터의 탄생 서사를 다룬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잔인한 사람들의 시선과 함께 처절하고 암울한 사회가 주는 분위기는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숨통을 막히게 한다.

그동안 영화속에서 보여진 ‘조커’가 단순히 ‘악당’으로 비쳐진데 반해, 영화에선 왜 그렇게까지 삐뚤어지고 분노에 찰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집중한 것. 물론, 이것이 자칫 나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많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주는 힘은 이렇게 컸나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조커’는 지금 우리 시대의 힘든 분위기를 담고 있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한 인간이 파괴되는 과정을 이렇게 가슴 깊숙히 다룬 영화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조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엄지손을 추켜세웠다.

국내에선 조커 패러디 그리고 N차관람 열풍 및 재해석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경찰이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외신과 할리우드 매체들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조커’ 개봉에 맞춰 LA 시내 주요 극장가 주변에 순찰과 경계근무를 강화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경계령을 발동했다.

이는 2012년 미 콜로라도주 오로라에서 또 다른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됐을 당시 20대 청년이 영화관 주변에서 총을 난사해 12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기억을 떠올린 조치로 보인다. 특히 반 영웅 영화로 불리는 ‘조커’에는 극중 조커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광대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미 경찰 당국은 ‘조커’ 상영관 주변에서 모방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한 것.

또한 배급사 워너브러더스는 논란이 커지자 “이 영화는 현실에서의 폭력을 옹호하지 않으며 조커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조커’는 영화적인 예술성을 떠나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데 성공했다. 한 사람의 아픔과 처절한 광기를 마음으로 품은 관객도 있었던 가운데 “요즘 같이 힘든 시기 영화를 보고 또 한번 힘들었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건 조커의 강렬한 눈빛과 광적인 웃음, 표정과 몸짓은 그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상상이상의 전율을 전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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