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과 2위 박성현(26)이 한국에서 맞대결을 벌인 첫날, 열띤 분위기에도 장외 응원 풍경은 사뭇 달랐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샷에 몰두한 고진영과 다르게 박성현은 팬클럽 '남달라' 회원의 열띤 응원을 받으면서 첫 라운드를 마쳤다.
10일 경기도 여주의 블루헤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제21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박성현은 버디 6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기록, 최혜진 류현진와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은 버디 3개,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 공동 12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둘 다 익일 2라운드부터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돌입한다.
둘 다 국내 팬이 많아 팬클럽이 라운드마다 갤러리로 몰린다. 다만 대회 첫날이었고 주중에 열린 점을 고려했을 때 일반인이 서울 시내에서 80㎞ 이상 떨어진 대회장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박성현을 지지하는 '남달라' 회원은 주중임에도 50여 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여느 때처럼 박성현의 샷 하나하나에 엄청난 환호와 탄식이 오갔다. 특히 박성현이 초반 5번 홀까지 고감도 퍼트를 앞세워 버디 4개를 잡았는데 '남달라' 회원의 환호성이 절정에 달했다. 응원 아이템도 이전보다 다양했다. 'Namdalla'라고 새겨진 검은 모자는 팬클럽의 상징이자 기본 필수품이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골프 갤러리들이 이 모자를 갖고 싶다고 할 정도로 '남달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밖에 'S.H.PARK'을 새긴 머리띠와 'WE ALWAYS CHEER FOR YOU'라고 적힌 머플러가 줄을 섰다. 30~50대 여성 회원이 대다수나, 남성 회원도 적지 않다. 한 남성 회원은 '뭘해도 남달라 박성현' 페이스페인팅을 뽐내면서 박성현이 샷을 할 때마다 격하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후반 막바지 홀을 지날 때마다 박성현에게 간식을 건네는 팬도 종종 볼 수 있다.
박성현은 경기 후 "티오프 시간이 돼서 올라갔는데 (팬 환호에) KLPGA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첫날부터 많이 응원해주셔서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이렇게 가끔 국내 대회에 왔을 때 응원을 받으면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물론 '남달라' 다수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서 이동하다 보니 일부 잡음도 있었다. 같은 조 상대 선수 플레이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삼삼오오 움직였는데, 현지 진행요원은 "아직 다른 선수 끝나지 않았다. 끝난 뒤 이동해달라"는 말을 수십차례 반복해야 했다. 또 한 팬은 개인 카메라를 들고 사진기자 동선을 그대로 따라 다녔다가 제지를 받기도 했다.
고진영은 180도 다른 분위기에서 라운드를 소화했다. 고진영의 친필 사인 모자를 쓰고 나타난 한 50대 부부는 "고진영 팬들은 장년층이 많은 데 주말이 되면 더 몰리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고진영은 이날 전반에 버디 없이 보기 2개를 범했다. 그러다가 후반 샷감이 살아나면서 11, 13, 18번 홀에서 버디에 성공했다. 그는 "전반을 마치고 성현 언니를 만나서 '버디 몇 개 했느냐'고 물었다. 나 1개만 달라고 했더니 '에이'하고 지나갔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작년보다 페어웨이가 좁아졌고 러프가 촘촘해졌다. 그러나 버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언더파 스코어로 마쳐서 다행"이라면서 만회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