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연예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곧 생전에 설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악플러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설리는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설리의 매니저가 전날 오후 6시 30분께 마지막 통화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집을 찾았고, 이를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명확한 사망 원인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오래전부터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해온 설리였기에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악플러들에 대한 분노 여론이 일었다.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설리. 2014년엔 악성 댓글과 루머 등으로 힘겹다며, 연예계를 잠시 떠나 있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2015년 에프엑스 탈퇴 후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악플은 늘 설리를 따라다녔다. 높은 화제성 탓에 설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대중의 관심 대상이었다. 특히 ‘노브라(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와 관련해 소신 있는 모습으로 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늘 그보다 더한 악플이 들끓었고 악플러들은 각종 인신공격과 성희롱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늘 담담하고 자신의 행동에 당당하던 설리였기에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배가 되고 있다. JTBC ‘악플의 밤’에서 설리는 논란이 되던 노브라 패션에 대해 “속옷은 개인의 자유다. 나는 안 하는 게 편해서 착용하지 않는다”면서 “속옷은 악세서리”라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설리의 죽음으로 연예계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비탄에 빠진 상황. 무분별한 악플을 막을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커지고 있다. 악플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예전부터 늘 뜨거운 감자지만 정작 제대로된 대책이나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 스타들은 악플러를 고소하면서 꾸준히 법적대응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비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연예인 설리를 죽음으로 몰아간 악플러들의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악플러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더 강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청원 게시판에는 ‘명예훼손 악플에 대한 법 강화’, ‘인터넷 실명제 부활’ 등을 요구하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끝까지 악플러에게 의연하게 대처하려 했던 설리. 하지만 그 고통을 견디기엔 25세의 설리는 너무 어렸고, 입에 담을 수 조차 없는 비방의 댓글들은 설리의 죽음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대중 속으로 숨어 버렸다.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인도 사람이다.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업이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건 당연하지만 무분별하게 루머와 악플에 상처받는 것 또한 당연해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더이상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14일, 설리가 세상을 등진 뒤에야 악플은 잠잠해졌다. 악플 대신 늘 밝게 웃던 설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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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설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