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세워진 묘비 탓에
39년간 다른 산소 성묘

[싱가포르]

잘못 세워진 묘비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8가족이 무려 39년간 엉뚱한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해 온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만 추안 리(50)씨는 지난 8월 초아 추 캉 공동묘지에서 할머니 묘를 파낸 직후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무덤 안에 봉제완구와 색연필 그리고 목걸이 등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낯선 물건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39년간 최소한 석 달마다 한 번은 묘지를 찾아 주위를 정돈하고 묘비가 잘 보이도록 등까지 설치하며 정성을 쏟은 만씨이기에 충격은 컸다.

그는 공원묘지를 관리하는 국립환경청(NEA)에 신고했지만, NEA는 이달 들어서야 해당 묘 바로 옆에 있는 무연고자 묘 2개를 파며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남성들의 옷가지만 나왔을 뿐이었다. 이후 NEA는 인근의 묘 5기를 추가로 더 파봤고, 결국 만씨는 할머니의 묘를 찾을 수 있었다.

황당한 일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NEA 대변인은 "39년 전 같은 날에 여러 건의 매장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묘가 들어설 구역 중 한 곳에 묘비가 설치되지 않았다"면서 "연쇄적으로 9개의 묘지에 실제 묻힌 망자와 다른 묘비가 세워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NEA는 이번 착오로 피해를 본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만씨는 자신의 집에 화장한 할머니 유해를 모셔놓은 채 새로은 묘지를 물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