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주 귀국. 장기 체류 증가세…외로움·영어 등 이유, 反이민 정서도 한몫

[뉴스포커스]

작년 199명 해외 국가 중 최다, 캐나다도 111명
영주권 유지 문제 등 고민 불구 "노년은 고국서"

#15년전 미국에 이민온 최모씨(60)는 최근 부인과 상의 끝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최근 직장을 그만둔 뒤 부쩍 한국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영어는 늘 스트레스였고, 한국에 살고 있는 형제들이 그리웠다. 마침 미국서 대학을 졸업한 아들도 한국에 직장을 잡은 김에 미국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다.

#얼마전에 짐을 싸서 역이민한 강모씨(44세) 부부는 정확히 10년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간 케이스다. 아이를 낳지않은 강씨 부부는 미국서 서로 전문 직종에 근무하면서 별로 부족함 없이 살았으나 늘 외롭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던중 미국 시민권을 따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하다 귀국을 결심했다. 앞으로 영주권 유지 문제가 고민거리이긴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강씨 부부는 아직까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이민 30~40년 올드타이머도 많아
최근들어 영주 귀국하거나 장기 체류를 위해 한국행을 택하는 한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규제 강화 등 미국의 반이민정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해동안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한 한인은 199명으로 국가별 역이민자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공식 케이스만 집계한 것으로 신고않고 돌아가 한국서 살거나, 연중 대부분을 한국서 지내는 장기 체류 경우까지 합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중에는 이민 10년 이하의 초기 이민자 뿐아니라 미국에 온지 30, 40년된 케이스도 많아 눈길을 끈다.
외교부 영주 귀국자 조사 통계를 보면 지난해 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한 사람은 1600여명에 달한다. 역이민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199명)에 이어 중남미(164명), 캐나다(111명), 뉴질랜드(22명), 기타(1,137명) 등의 순이었다.

▶미국서 나오는 연금으로 한국 생활
역이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 이지만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되돌아가려고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외로움과 언어소통이 꼽힌다.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는 정모씨(61)는 미국에서 병치례를 하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영어를 못하니 자식 도움 없이는 혼자 미국 병원에 가기 쉽지않고 응급 상황이라도 생기면 아픈 몸 보다도 입원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정씨는 "애들도 다 컸으니 의료보험 혜택이 잘 돼있는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며 40년만에 한국 역이민을 택했다.
얼마 전 은퇴한 유모씨(65) 역시 35년의 미국 생활을 뒤로 한채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유씨는 은퇴 후의 미국 생활이 너무 적적하기만 하다. 한국 재래시장의 맛난 음식들, 때 되면 놀러가던 추억의 휴양지, 밤을 새고 떠들어도 지겹지않은 고교 동창생들, 무엇보다 나이드신 부모님이 눈에 밟힌다. 유씨는 "옛날 생각도 나고 고국이 너무 그립다"며 "미국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한국에서 즐기면서 살고싶다"고 말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고국과 달라
늦은 나이에 미국에 와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산 한인의 경우도 고국이 그리운 건 마찬가지다.
30년전 미국에 온 김모씨(80)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고 대학교수가 되었다. 미국에서 교직에 몸담으며 여가시간엔 골프를 치고 여행도 다니면서 즐겁게 살던 그는 학교를 퇴직한 후 나이 80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결국 한국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인생을 정리할 나이가 되고보니 고국에서 사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 정착한 자식과 함께 살기위해 한국에서 노후에 이민을 왔다가 적응에 실패하고 돌아간 사연도 있다.
라크레센타에 거주하는 이모씨(75)는 5년전 큰 아들 초청으로 한국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에 이민왔다. 하지만 늦은 나이까지 한국에서 살았던 이씨에게 낯선 미국 땅은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씨는 "한국에선 친구들과 쉽게 만나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다녔는데 여긴 아는 사람도 없어서 외롭다"고 호소했다. 그는 "일하느라 바쁜 자식들에게 어디 가고 싶어도 짐이될까 말도 못하고 집에서 밥만 축내는 기분이었다"며 "공연히 자식들에게 화만 내고 갈수록 더 우울해지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얼마 안남은 노년을 즐기고 싶다"며 홀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