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선발진 구축을 향한 꾸준한 투자가 빛을 냈다. 많은 구단이 스토브리그에서 움추려들고 있을 때 전력강화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막강 마운드를 앞세워 새 역사를 썼다.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늘 정상을 바라보고 우직하게 진행한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선발 야구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워싱턴은 선발 투수 4명이 포스트 시즌에서 정규시즌보다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4선발 격인 아니발 산체스가 2경기에서 12.2이닝 1실점으로 특급 활약을 펼친 것을 비롯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4경기 22이닝 4자책, 에이스 맥스 슈어저는 4경기 20이닝 4자책으로 포스트 시즌 평균자책점이 1점대 이하다. 패트릭 코빈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기복을 보였으나 코빈 또한 지난 3일 LA 다저스와 디비전 시리즈 경기에서는 6이닝 1자책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이들 모두 30대 베테랑 투수이며 스트라스버그를 제외한 3명은 이적생이다. 2015년 1월 7년 2억1000만 달러를 투자해 FA 계약을 체결한 슈어저를 비롯해 4명 모두 FA(자유계약선수) 혹은 대규모 연장 계약을 맺었다. 선발진에 신예투수 1, 2명을 포함시킨 다른 포스트 시즌 진출 팀들과 달리 워싱턴은 베테랑 선발 투수 4인방을 믿었고 그 믿음이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다가오는 FA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승을 노리는 모든 팀이 이른바 '빅게임 피처' 영입을 바라는 만큼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워싱턴 선발진의 괴력투는 특급 선발 투수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FA를 앞둔 게릿 콜(휴스턴), 류현진(다저스),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잭 윌러(뉴욕 메츠) 그리고 옵션을 행사하면 FA가 되는 스트라스버그에게 호재가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일찌감치 류현진 홍보에 나섰다. 보라스는 류현진이 빅리그 커리어 동안 740.1이닝만 던진 것을 부각시키며 류현진의 신체나이가 26~27세라고 주장했다. 빅리그 진출에 앞서 KBO리그 한화에서 1269이닝을 소화했지만 이를 제쳐둔 채 올해 내셔널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류현진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라스는 류현진 외에 콜과 스트라스버그의 에이전트도 맡고 있다. 약 5년 전 슈어저의 역대 투수 최고액 계약을 이끌어낸 장본인 또한 보라스다. 다가오는 겨울 자신의 주 고객인 워싱턴의 성공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보유한 선발투수 몸값 올리기에 매진할 게 분명하다.
다저스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든 류현진이지만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다저스 잔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다저스가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스토브리그의 큰 손이 되기 보다는 신예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기존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류현진을 향해 최고액을 배팅하는 팀은 다저스가 아닐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류현진의 7년 멘토인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건강 문제로 인해 구단 자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류현진의 이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류현진의 예상 FA 최고 규모는 기간 4~5년·1억 달러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워싱턴 선발진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끈다면 예상 FA 규모 또한 커질 것이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