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미국으로 떠나기 한 달 전, 내가 살았던 수유리 극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마당 세일(Yard sale, Garage sale)을 했다. 아파트 주차장을 오가는 동네 사람들, 심지어 후배까지 와서 쓰던 물건을 사갔다. 다 팔았다. 옷과 이부자리만 빼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는 아는 언니가 미국에서 이불만 있으면 어디서든 잘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진짜로 이불과 옷만 챙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내 인생, 이민 가방 3개만으로 살자.

17년 동안 미국에 살면서 이사를 6번 했다. 이사 할 때마다 버리고 또 사고… 쌓이는 물건 속에서 살았다. 어떤 경우에는 1년, 2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코스코 물건도 있었다.

2017년 3월,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버릴 것 버리고, 굿윌에 기부하고, 보관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겼다. 캠핑카 길이가 26피트, 그 안에는 퀸사이즈 침대, 작은 냉장고, 스토브, 마이크로웨이브, 미니 옷장과 서랍, 선반, 식탁과 의자, 샤워실, 미니 화장실, 세면대, 벙커 베드 등이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 공간이나 보관 공간은 작다. 물건을 많이 줄여야 했다. 그러나 캠핑카에 싣지 못한 짐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보관한 짐들, 5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짐들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해서, 여행에서 돌아오면 꼭 필요하다고 해서 보관한 짐들이었는데.

이번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버리는 것과 소유하지 않을 것들에 대하여 배우게 될 것이다. 습관이 되도록 할 것이다. 냉장고에는 4~5일 동안 먹을 만큼만 음식을 사서 보관하고, 그 음식을 다 먹은 후에 마켓에 가고, 가능한 새 옷은 구입하지 않고, 대신 세탁을 자주하고, 공간이 작을수록 정리를 잘 해야 되고, 가지고 싶은 마음으로 물건을 사지 말고, 세일 한다고 해서 왕창 구입하지 말고, 필요한 물건조차도 생각을 한번 더 한다면, 구입 시기를 하루 미룬다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버려야 한다.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나의 마음이 구속당하지 않을 것이다. 홀가분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