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김정일 정책 공개 비판하며 철거 지시

[이슈진단]

"금강산, 북남 공유물·북남관계 상징 아냐"
관광 재개 합의 미이행에 대한 불만 인듯
"우리식으로 다시 조성…남 동포들은 환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협력 상징인 금강산관광을 추진했던 김정일 정권의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남측이 지난해 9월 남북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를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고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돌아봤다고 2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며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강산관광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남측의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사업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으로 가능했다.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북한에서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아버지의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측이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재개에 나서지 않자 크게 실망하고 남측 시설 철거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만큼 북측이 곧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기 위한 남북당국간 실무회담 또는 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협의를 열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