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전혀 안마셨는데 음주단속에 걸린 40대 男…"몸이 스스로 알코올 생성" 희소질환.

[미국]

음주 측정 기준치 2.5배 0.2% 나와 '화들짝'
위에서 탄수화물 알코올로 바꾸는 효모 발견
술 마셨을때와 같은 증세'자동 양조 증후군'

미국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남성이 조사 결과 몸에서 자체적으로 알코올을 생산하는 희소 질환 환자였던 것으로 드러나 화제를 뿌리고 있다. CNN은 2014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남성 A씨(당시 42세)의 사례를 지난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음주 단속에 걸렸지만 음주 측정을 거부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혈액 분석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법적 최고 기준치의 2.5배에 이르는 0.2%로 측정됐다. 이는 한 시간에 10잔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수치다. 하지만 A씨는 술을 마신 적이 없다며 혐의를 한사코 부인했다.

3년 뒤 뉴욕 리치먼드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A씨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 A씨의 소화기관에서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바꾸는 '효모(yeast)'가 발견된 것이다. 그의 몸은 맥주 양조장처럼 알코올을 자체 생산하고 있었다.

연구 결과는 최근 영국 의학저널 'BMJ 오픈 소화기병학(BMJ Open Gastroenterology)'에 실렸다. A씨는 소화기관 발효 증후군으로도 알려진 자동 양조 증후군(auto-brewery syndrome·ABS)이라는 희소 질환 판정을 받았다. 이 질환은 효소가 몸 안에 들어온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바꾸는 질환으로 주로 위와 소장의 앞부분에서 일어난다.

연구를 이끈 앨라배마 대학 수석 전공의 파하드 말릭은 "이런 환자들은 냄새, 호흡, 나른함, 걸음걸이 변화 등에서 술을 마셨을 때와 똑같은 증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술에 취한 사람같이 보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 환자들은 항균제로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2011년 손가락 상처로 항생제를 복용했는데 이때부터 우울증, 기억상실, 나른함을 겪으며 때때로 공격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항생제가 그의 소화기관 내 미생물 군집을 바꾸고 효모 번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A씨의 소화기관에서는 주로 맥주 양조나 빵을 발효할 때 쓰는 사카로마이세스세레비지애라는 효모균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A씨에게 탄수화물을 배제한 식단을 권유해 질환을 해결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항균 요법과 유산균 등 활생균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소화기관 내 박테리아 균형을 맞추면서 그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희소 질환인 자동 양조 증후군은 1970년대 일본에서 20~30건의 사례가 발견됐다. 미국에서는 이후 10년 뒤에 첫 사례가 보고됐으며 최근 연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15년에는 미국 뉴욕 북부에서 한 여성이 음주 단속으로 적발됐으나 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증거를 제출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