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하 25도 냉동 컨테이너서 동사한 39명은 모두 베트남인 추정" 발표

[영국]
낙후시골서 일자리 찾아 유럽 밀입국 시도
대부분 돈 벌어 고향 식구들에 보내기 위해
1만~4만 파운드 들여 실패시 빚더미 앉아

지난달 23일 냉동 컨테이너에 숨어 영국에 밀입국하려다 숨진 39명 전원이 베트남 출신으로 드러나 베트남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당초 영국 당국은 희생자들을 모두 중국 국적으로 추정했었으나 1일 모두 베트남 국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영국 당국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하띤, 응에안, 꽝빈 등 베트남 중북부 농촌 출신으로 이 곳들은 청년 노동력을 수출해 고향에 남은 가족이 먹고사는 지역이다. 지금까지 하띤에서 10건, 응에안 등에서 19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돼 영국 당국의 이같은 발표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6일 베트남의 가족에게 해외로 가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팜 티 트라 미(26)는 영국으로 가는 조건으로 밀입국 조직에 3만 파운드(약 4500만원)를 지불했다. 이 금액은 베트남 시골에서 30년 치 월급에 해당한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이들은 대부분 돈을 벌어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라고 인신매매 반대 단체가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영국이나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은 대부분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고 한다. 지난 수십년간 이들 지역에서 불법 이민과 밀입국 사례가 발생했다. 지금도 연간 1만8000명 정도가 일인당 1만~4만파운드를 내고 유럽이나 다른 나라로 밀입국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베트남을 떠난 이들이 영국을 선호하는 것은 이미 자리를 잡은 지역 베트남 교민 사회가 크고 이들이 일자리나 숙소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영국의 베트남 식당이나 네일숍, 불법 대마초 산업 등에서 저숙련 인력 수요도 많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저숙련 베트남 이민자가 합법적으로 영국에서 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회 루트를 통해 위험한 여정에 나서는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밀입국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기도 한다. 입국이 실패하면 빚더미에 앉게 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영국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서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러나 밀입국에 성공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대마초 생산 농장이나 네일숍 등에서 일하며 노동 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빚을 내 밀입국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로 갔다가 발각돼 돈도 못 벌고 빚더미에 앉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편 영국 경찰은 지금까지 영국에서 해당 컨테이너를 트럭에 적재해 운전한 모리스 로빈슨(25)과 해당 컨테이너를 벨기에 제브뤼헤 항구로 실어나른 에모스 해리슨(22)을 기소했다. 로빈슨은 살인ㆍ인신매매ㆍ밀입국 등의 혐의다. 해리슨에게도 과실 치사, 인신매매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