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5초 매진'에 매장 고객도 쇄도…中시장 회복 교두보 마련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아이폰이 나오고 나서는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아이폰만 썼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삼성 제품을 산 거에요. 폴더블폰은 삼성이 처음이니까요."

8일 중국 상하이의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南京東路)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모바일 플래그십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 고객 탕씨는 방금전 산 갤럭시 폴드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기존에 없던 폴더블폰이라는 새 제품을 만들어낸 혁신은 이처럼 '골수 애플 팬'의 익숙한 습관까지 바꿔 새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중국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모바일 매장인 상하이 매장에는 문을 열기 훨씬 전부터 갤럭시 폴드를 사려는 고객들이 밀려들었다.

오전 10시 문을 열기 전부터 10여명의 고객이 닫힌 밖에서 서 기다리고 있자 매장 측은 정문 옆의 쪽문을 미리 열고 대기 고객들을 안으로 미리 들일 정도였다.

순서대로 줄을 서 갤럭시 폴드를 산 뒤 제품 전원을 켜본 고객들은 예상보다 제품 완성도가 높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황(黃·38)씨는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운 제품"이라며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어서 나에게 가격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황씨는 불과 얼마 전 산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플러스를 들고 있었는데 이번에 또 고가의 갤럭시 폴드 구매에 나선 것이다.

이날 매장에서는 갤럭시 폴드 실물 4대도 전시돼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한 젊은 남녀 커플은 1층 매장에서 갤럭시 폴드 제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즉석에서 구매를 결정하고 2층에 있는 계산대로 올라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갤럭시 폴드 판매가 시작된 가운데 온라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알리바바와 더불어 중국의 양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에서는 불과 2초, 삼성전자의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5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전략 제품인 갤럭시 폴드의 초기 흥행이 이처럼 성공을 거둠으로써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 복귀전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침 삼성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이해 0%대까지 추락했던 시장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높이려는 상황이어서 화제성이 높은 제품인 갤럭시 폴드의 흥행 성공은 회사 측에 한 계단 더 오르기 위한 든든한 도약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이처럼 순식간에 완판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들이 긴 줄을 서는 것은 수년 동안 볼 수 없던 현상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0%대의 시장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가성비'를 앞세운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토종 브랜드의 출혈에 가까운 저가 경쟁 속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계속 내려가 결국 1% 미만으로까지 추락했다.

다만 최근 들어 삼성은 본격적인 반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시장 정보 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출하량을 기준으로 3분기 중국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29.0%의 시장 점유율로 54.3%의 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여전히 토종 업체에 밀리고 있지만 마진율이 높은 고가 제품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이 크게 반등하고 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