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에 설치된 카메라로 포수 사인을 찍는다. 이 장면은 덕아웃에서 라커룸으로 향하는 복도에 설치된 TV로 중계된다. 선수와 코치들은 중계화면을 보고 사인을 분석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사인을 전달한다.
만화 같은 일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례다. 그것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신흥강호가 노골적인 사인 훔치기를 단행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으로 사인을 훔친 게 아니라 전자기기를 활용했다. 원정에서는 당연히 활용할 수 없었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활용했는지 여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고발자에 의해 드러난 사실은 휴스턴 구단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에 적지 않은 파급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디 어슬레틱이 12일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를 포함한 전직 휴스턴 관계자들의 폭로를 공개했다.
파이어스는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던 2017년 29차례 선발 등판 해 8승10패 평균자책점 5.22를 기록한 뒤 논텐더로 방출됐다. 파이어스는 쓰레기통을 두드려 사인을 전달하는 행위를 다른 팀에서 같은 방식으로 이득을 본 선수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파이어스는 휴스턴에서 방출된 뒤 디트로이트와 오클랜드 등에서 뛰었는데 "(사인훔치기로 인해)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채 자리를 잃는 선수들이 생길 수 있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는 빼앗는 쪽보다 빼앗기는 쪽이 더 큰 비난을 받는다. 사인을 훔치는 것도 하나의 기술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투수의 투구습관을 찾아 구종을 예측하는 기술은 덕아웃에서 전문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자기기를 동원해 사인을 훔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더구나 외야에 카메라를 설치해 마치 TV 중계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7시즌 이후 사인 훔치기에 대한 우려가 복수의 팀으로부터 제기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인 훔치기를 막기 위한 규정을 개정했다. 상대가 경기 도중 비디오를 활용해 사인을 훔치지 못할 것임을 확신하게 해주는 정보 제공 절차를 마련했다. 새로운 정보를 다시 살펴본 뒤 다음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휴스턴은 "사인 훔치기 논란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협조 아래 조사를 시작했다. 현 단계에서 구단이 언급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