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人 신화 '미나 장'…당신은 누구냐?

뉴스포커스

경력 위조 논란 '美국무부 부차관보'지명 철회
트럼프 대통령 직접 임명 화제모았던 당찬 2세

구호단체 CEO 출신, 빌 클린턴 등 화려한 인맥
언론들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이냐"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30대 한인 여성으로서 이례적으로 국무부 부차관보(deputy assistant secretary)라는 고위직에 오른 미나 장(Mina Chang·35)이 12일 학력과 경력 등 총체적인 위조 논란에 휩싸였다.미국 언론들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고학력자, 전 세계 험지를 돌아다니는 국제 구호단체 최고경영자(CEO), 음반을 낸 가수라는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고위직에 추대된 그의 행적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 거짓인지 일제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원 인준 과정서 들통
장씨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해 화제가 됐다. 텍사스 출신 한인 2세로 3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국제원조기구인 분쟁안정국(USAID) 부차관보에 지명되면서다.이 부서는 미 정부가 주관하는 국제 원조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도맡기 때문에 이스라엘처럼 미국 군사 원조가 절실한 국가부터 식량 배급이 필요한 저개발 국가에 이르기 까지 미치는 입김이 상당하다. USAID가 단독으로 유용할 수 있는 예산만 최소 10억달러에 달하고 장씨의 연봉도 10만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8개월 만인 지난 9월 지명이 돌연 철회됐다.
이 같은 장씨의 지명 철회는 그의 허위 경력과 관계가 있다고 일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인준 절차를 관장하는 상원 외교위원회가 경력을 증명할 추가 자료를 요청한 뒤 공개적인 해명 없이 갑자기 지명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NBC는 12일 "미나 장 부차관보가 본인 학력을 부풀리고, 이전 봉사 경력도 과장했다"고 폭로했다.
미나 장은 일반 정부 관료로선 이례적으로 많은 4만2000명의 사회관계망 팔로워 수와 군과 관을 넘나드는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다. 미나 장 본인이 직접 계정에 올린 사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 장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칼 로브 전 백악관 고문 같은 워싱턴 정가 유명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또 2009년 미국과 한국에서 정식으로 앨범을 낸 가수 출신이라는 이색 이력까지 더해지며 미나 장은 외교 경력 한 줄 없이 '필리핀 대사 내정설'이 나돌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촉망 받는 젊은 기수로 떠올랐다.

▶실제 학력은'열방대학'졸업
트럼프 행정부는 미나 장이 아이티와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전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원조, 개발 지원정책 연구 등을 하는 '링킹 더 월드(Linking the World)'대표를 맡았던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링킹 더 월드는 드론을 이용해 위험에 처한 재난국가의 인명을 구하고, 수십개국 오지에 학교를 지으면서 인지도를 높인 비영리 국제 구호단체다.
그러나 NBC에 따르면 미나 장이 운영했던 링킹 더 월드의 예산은 고작 30만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1만달러 이상 해외에서 예산을 쓴 내역이 없고, 해외 체류 직원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는 "링킹 더 월드가 주도적으로 벌였다던 해외 구호 활동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미나 장이 자기소개서(레쥬메)에 기입한 학력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스스로 제출한 공식 프로필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생이고, 미국 육군대학원(Army War College)를 졸업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하버드대에서는 2016년 7주짜리 단기 교육 과정을 수료했을 뿐이고, 정식 학위는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대학원 학위 역시 고작 4일간 열린 국가안보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학력은 기독교 선교단체가 전 세계 600여곳에서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기관 '열방대학(University of Nations)'졸업이 전부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무부, 장씨 '묵묵부답'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Time)'지 표지에 나온 사진이다. 그는 2017년 링크 더 월드 홍보 영상에서 타임지 표지에 자기 얼굴이 나왔다고 자랑하며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표지를 수시로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타임 측에서는 진위 여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자 '(미나 장이 나온)이 표지는 가짜'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링크 더 월드는 타임지 표지가 등장하는 영상을 모두 내린 상태다.
이외에도 장씨는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국무부와 장씨는 이번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미나는
미 8군 무대에서 패키지 쇼단과 록음악을 했던 아버지와 패션모델 경력이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첫째로 미국 버지니아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선교사로 사역을 시작한후 교회 합창단, 찬양 그룹, 미 구세군 등 다양한 기독교 단체 행사를 통해 7살 때부터 트럼펫과 피아노에 대한 재능을 키웠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었던 그는 지난 2010년엔 크리스마스 캐롤 앨범 '장미나:당신이 없는 크리스마스'를 출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