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99점을 주고 싶습니다."
류현진(32)이 금의환향했다. 14일(한국시간) 기분좋은 소식과 함께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전날 류현진이 비행기에 오른 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88점(1위 1표, 2위 6표, 3위 8표)으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207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수상에 실패했지만 아시아 출신 투수 최초로 1위표 획득의 영예를 안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기에 가능한 결과다. 류현진은 올시즌 총 29경기 선발등판해 182.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라는 빛나는 성적표를 품에 안았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ML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사이영상 1위표를 받으니 기분좋더라"며 "몸상태가 좋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록이 나왔다. 몸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면 그 성적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전체적으로 시즌을 잘 마쳤다. 30경기 선발 등판을 목표로 했는데 29경기에 나섰다. 거의 채운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점을 찍은 류현진의 다음 행선지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올 시즌 류현진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다시 얻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매체 역시 게릿 콜(휴스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에 이어 류현진의 거취에 대해 끊임없이 조명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LA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스웨이'는 "다저스가 콜, 스트라스버그를 데려오지 못하면 류현진과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의 영입을 두고 텍사스 레인저스, LA 에인절스, 미네소타 트윈스, 샌디에고 파드리스 등 다수 구단과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류현진은 다음 행선지의 열쇠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에게 맡겼다. 그는 "FA 관련 부분은 에이전트에게 일임할 계획이다. 지금은 솔직하게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저스와 우선 협상에 대해서도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에이전트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면 잠깐이라도 미국에 갔다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거취는 불투명하지만 계약기간에 대한 목표는 뚜렷하다. 류현진은 "(계약 기간은) 3~4년 정도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가 저한테도 좋을 것 같다. 돌아가는 상황은 좋다"고 설명했다.
숨가쁜 한 해를 보낸 자신에게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매겼다. 그는 "100점 만점에 99점을 주고 싶다. 그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어 "8월에 성적이 살짝 안 좋았기 때문에 99점을 줬다"며 웃었다.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았기에 다음 시즌 목표도 확실하다. 류현진은 "이제 좀 신중히 말해야 할 것 같다. 항상 평균자책점을 우선으로 꼽았는데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김광현(31·SK)에 대해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내가 조언할 건 없는 것 같다. (김) 광현이는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극찬하며 "(메이저리그에) 가면 분명 잘해낼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몸 관리만 잘한다면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공항|윤소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