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출신의 가수 비아이(김한빈·23)의 마약 사건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49)가 경찰에 재소환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 무마’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이르면 이번주 2차 조사 이후 양 전 대표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줄줄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으며 처벌을 비껴나간 양 전 대표에 대해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선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모양새다.

양 전 대표는 현재 협박과 업무상 배임, 범인도피 교사죄 등 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8월 YG 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가수 비아이의 마약구매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A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자 A씨를 회유·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전 대표는 그 대가로 A씨에게 변호사 비용을 제공했다. A씨가 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님에도 회삿돈으로 이 비용을 지급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또 양 전 대표가 A씨의 진술을 번복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범죄 혐의가 있는 비아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막은 것으로 범인 도피 교사죄에 해당한다.

이에 양 전 대표는 지난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14시간가량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양 전 대표를 상대로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덮기 위해 제보자인 A씨를 협박했는지, A씨에게 변호사 비용을 대줬는지를 집중 추궁했으나 양 전 대표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표의 수사는 요란했던 수사 과정에 비해 상당수가 성과없이 끝났다. 올 한해 성접대와 불법 도박자금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매번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앞서 지난 9월 경찰은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던 양 전 대표에 대해 혐의를 확인하지 못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또 양 전 대표와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십억원 규모의 도박을 했다는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한 의혹을 받았지만 이 역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재 상습 도박 혐의만 승리와 함께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제기된 협박과 범인 도피 교사 혐의는 양 전 대표가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번 협박사건의 경우 양 전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양 전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협박을 당했다는 A씨의 진술이 구체적인데다 A씨 측이 관련 증거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경찰이 양 전 대표의 혐의가 무겁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구속영장 신청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특히 YG 회삿돈으로 공익제보자의 변호사비를 대준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장헌법률사무소 대표 유영진 변호사는 “A씨의 변호사비를 YG에서 지급했다는 혐의가 밝혀졌다는건 어느정도 이와 관련한 증거가 있을 것이다. 내부적인 고발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양 전 대표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혐의점이 어느정도 입증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혐의 입증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경찰의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선 “보통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영장 청구를 많이 한다. 영장 신청 사유가 범죄 행위의 중대성, 증거인멸의 우려, 도주 우려를 중점적으로 보는데 혐의를 부인한다는 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보통 영장을 청구한다”며 경찰이 양 전 대표를 재조사 한 후 구속 영장 청구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검경수사권 대립과 국민 관심사가 많은 사건인 만큼 경찰에서 영장신청을 안할순 없을 거란 시각도 있다.

다만 영장 청구가 발부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 가능성은 높지만 구속은 또 별개의 문제라는 것. 마에스트로 법률사무소 대표 김보겸 변호사는 “A씨에게 변호사 비용을 제공한건 신빙성 있는 증거로 판단할 가능성은 있는데 이전의 원정도박 등에서 무혐의가 나온 부분이 있어서 구속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을 거 같다”며 “구속이라는건 범죄 혐의의 상당 부분이 인정됐다고 판단돼야 하는건데, 현재 입건된 혐의가 구속이 될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 보기 쉽지 않고 공인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에 도주의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앞서 성매매알선이나 환치기 혐의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무혐의 처리 됐지만 이 사건은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이 될 것으로 보여 구속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일각의 시각도 존재하다. 양 전 대표의 이번 혐의에 대해 경찰이 어떻게 수사를 마무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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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