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후회하고 또 후회합니다.”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2)이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검찰은 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1일 오후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는 성폭행·성추행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강지환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강지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제한, 취업제한 명령 5년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강지환은 지난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두 명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한 명을 성폭행 하고 다른 한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강지환은 지난 4일 열린 3차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던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 강지환 변호인은 피해자 1명에 대한 강제추행 부분에 대해 “심신상실 진술에 의심이 간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은 준강제추행 피해여성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는지에 여부가 쟁점으로 작용했다. 이날 진행된 피해여성에 대한 증인신문은 피해여성의 사생활 침해 우려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후 진행된 최종 변론에서 강지환 측 변호인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누구를 택할 수 없어 뼈저린 자책과 고통을 느끼고 있다. 사건 당시 무리한 촬영 스케줄과 수면 부족, 장기간의 다이어트에 과음으로 당시 상황을 기억조차 못하고 있다. 연예인으로서 늘 겸손한 자세를 가져온 피고인이기에 참담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강지환이 유명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로 언론의 집중된 관심과 추측성 보도에 시달렸다며 “몹쓸 범행을 계획했다는 건 진실이 아니다. CCTV와 증거를 통해 재판부가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한 뒤 “한순간의 실수를 범한 피고인을 측은한 마음으로 보살펴달라”고 덧붙이며 변론을 마무리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짧은 머리에 수척해진 얼굴로 재판에 임하던 강지환은 “혐의 사실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마약과 감금 혐의 등 충격적인 소식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하며 운을 뗐다.

이어 “하루 전날만 해도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메라 앞에서 촬영했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힘들게 오른 자리인만큼 오랫동안 그자리에 있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강지환은 “천만관객을 동원한 작품 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시상식에서 고마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해보고 싶었다. 예쁜 가정도 꾸리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빠도 되보고 싶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제가 꿈꿔왔던 모든 삶을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스스로가 모든 걸 망쳤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한순간의 실수가 너무 많은 분들께 큰 고통을 안겨드렸다는 사실에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강지환은 “만약 잠깐이라도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발 그 마시는 술잔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건 당일에 대해 후회스러운 심경을 전하며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용서되지 않고 죄송하다.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고 말한 뒤 자리에 앉았다.

이날 재판 현장에는 소수의 일본 팬들도 방문해 강지환의 구형 과정을 지켜봤다. 강지환이 변론 중 눈물을 흘리자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판결선고는 12월 5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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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