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다수 구명조끼·구명환 의지해 표류하다 구조…4명은 구명벌 올라
승선원 14명 중 6명은 인도네시아인…해경 "해상 기상악화 속 사고 추정"

(서귀포=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 서귀포 남쪽 해상에서 어선이 전복돼 선원 14명 중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25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분께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63㎞ 해상에서 통영 선적 근해 장어 연승어선 창진호(24t·승선원 14명)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들어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과 군은 승선원 14명 중 13명을 구조했으며, 최모(66·경남 고성)씨는 실종돼 사고 해역 주변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구조자 중 의식불명 상태로 제주도내 병원으로 이송된 선장 황모(61·경남)씨와 선원 강모(69·경남)씨, 김모(60·제주)씨는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구조자 10명은 저체온증 등으로 도내 병원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구조자 13명 중 4명은 구명벌, 9명은 해상에서 발견됐다. 선원 다수가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환 등에 의지해 표류하다 구조됐다.

창진호는 이날 오전 해경에 신고한 뒤로도 인근 어선과 교신했다. 마지막 교신 내용은 "배가 넘어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해경에 신고가 접수된 지 한시간여 뒤인 오전 7시 19분께 사고 해점 부근에서 배가 전복된 것을 인근 어선이 목격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함정과 공군 헬기 등이 사고 해역 인근에서 발견한 구명벌과 해상 등에서 승선원들을 잇따라 구조했다.

해경은 창진호가 기상 악화 속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제주도 남쪽 먼바다와 북부·서부 앞바다에는 풍랑경보, 그밖의 제주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사고 해역에는 북서풍이 초속 19m로 불고, 파도가 4m 높이로 매우 높게 이는 등 기상 상황이 매우 나빠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진호 기관장 이모(39)씨는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도 높았다. 한번에 많은 양의 물이 배 안으로 들어왔고, 밖으로 나가봤더니 배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며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고, 이후 바다에 휩쓸려가서 구명환을 잡고 표류하다가 구조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백학선 제주해경청 경비안전과장은 "조업 중 큰 파도를 맞아서 배가 기울어지면서 전복됐다는 선원 진술이 있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확인 중"이라며 "동절기에는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단독 조업보다는 선단이 함께 조업하는 등 안전하게 조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오후 통영에서 출항한 창진호는 완도에 입항했다가 16일 오전 7시 30분께 완도해양파출소에 신고한 뒤 다시 출항했으며, 26일 오후 8시 통영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해경은 애초 창진호가 근해 문어단지 어선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근해 장어연승 어선으로 확인됐다며 발표 내용을 정정했다.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