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방 배정 과정의 불법 여부·조교사 부당지시 배경 등 조사
마사회 "유서에 언급된 간부 직위해제, 수사에 최대한 협조"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경찰이 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기수가 비리 의혹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문중원(40) 씨와 관련해 고인이 남긴 유서를 토대로 2일부터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마사회 측 수사 의뢰로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며 "유서에 제기된 모든 의혹을 대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수사 의뢰를 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중원 씨는 지난달 29일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로 인해 기수로서 한계를 느꼈고, 이에 조교사가 되기 위해 면허를 취득했지만 부조리한 선발 과정으로 인해 마방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는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다단계 갑질과 부조리를 명백하게 밝히고 부조리에 기생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도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1일 직접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문중원 기수가 유서에 남긴 의혹은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등 크게 2가지다.

경찰은 유서를 토대로 면허를 취득한 조교사가 마방을 받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문 기수는 2015년 조교사 면허증을 땄지만, 5년 동안 마방을 받지 못했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마방 임대에 마사회 특정 직원과의 친분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마방 배정 과정에서 마사회 간부 입김이 실제 작용했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마방 임대 심사는 정성평가(사업계획 발표), 20%, 정량평가(경주마 확보 수) 80%로 이뤄진다.

비율로 따지면 정량평가가 높지만, 실제로는 정성평가가 마방 임대 당락을 결정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또 문 기수가 유서에 언급한 조교사 부당 지시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일부 조교사들이 말을 의도적으로 살살 타도록 하고, 말 주행 습성에 맞지 않는 작전 지시를 내리는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실제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 여부와 부정 경마 또는 불법 사설 경마 등과 연루설까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마사회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문 기수 유서에 마방 임대와 관련해 유착 의혹이 있는 것으로 언급된 마사회 간부를 직위에서 해제했다고 밝혔다.

마사회 관계자는 "유서에 언급된 자체만으로 더는 업무를 보기 힘들다고 판단해 인사발령 조처를 내렸다"며 "마방 임대에 특정 인물 입김이 크게 작용할 여지가 적지만 의혹이 불거진 만큼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기수 유가족과 공공운수노조는 관련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장례절차를 미루기로 했다.

handbroth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