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건모가 사랑꾼 이미지를 대방출했지만, 성폭행 의혹에 대한 반감만 키운 격이 됐다.

지난 8일 방송한 SBS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김건모가 내년 5월 결혼할 예비신부 장지연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고군분투기가 전파를 탔다. 그의 모친 이선미 여사도 스튜디오를 찾아 아들의 프러포즈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날 김건모는 장미꽃 3천송이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노래 가사를 활용한 프러포즈 글귀를 소주병 뚜껑으로 꾸미는 등 김건모다운 프러포즈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 절친한 후배들도 김건모의 집으로 와 준비 과정을 도왔다. 김건모는 “내 인생에서 결혼은 생각하지 않았다. 포기했었기에 (장지연을) 밀어냈는데 어느순간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더라”라며 “결심하기까지가 어렵지 그 후론 바로”라며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선미 여사도 “집에 데려왔는데 여자를 데려온게 처음이었다. 상견례를 하고 다음날 바로 혼인신고를 했다”라며 초고속 결혼준비의 뒷 이야기를 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김건모는 장지연을 위한 피아노 연주와 세레나데를 불렀다. 울컥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예비신부도 함께 눈물을 보이며 성공적인 프러포즈가 완성됐다.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들과 ‘모벤져스’들도 함께 감동하며 격려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방송 이틀전 김건모가 돌연 성폭행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강용석 변호사는 김건모가 2016년 8월, 새벽에 홀로 논현동에 위치한 룸싸롱에 찾아 여성 접대부 A씨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강용석은 “피해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룸살롱에서 접대부로 일했다. 2016년 8월 손님으로 온 김건모는 피해자가 마음에 든다며 함께 있던 다른 접대부 7명을 모두 방에서 나가게 하고 웨이터에게 다른 사람은 절대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시켰다. 피해자를 방에 딸려있던 남자화장실로 데려간 후 구강성교를 강요하고 성폭행했다”라며 “피해자가 접대부였다하더라도 룸살롱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성행위를 한 것은 강간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고 김건모는 강간후 피해자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으므로 강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오전 김건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하지만 김건모 측은 의혹이 제기된 초반 사실무근과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라 진실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아직은 의혹일뿐 드러난 혐의점이 없으니, ‘미우새’ 측도 긴 고민 끝에 편집없이 본방송을 내보낸 것. 이날 방송분량의 대부분이 김건모의 프러포즈였을 정도로 사실상 결방이 아닌이상 편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생 최대의 축하를 받아야할 프러포즈 방송에서 비판의 목소리만 키우게 됐다. 시청자들은 ‘논란이 있는 출연자를 방송 그대로 내보낸건 경솔했다’, ‘밝혀진게 없으니 괜찮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다. 확실한건 해당 방송 이후에도 성폭행 의혹으로 인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국민가수 타이틀이 있었던 김건모에게 이번 사건은 연루된 것만으로도 이미 이미지 타격에 큰 훼손이 갔다. 과거 박유천, 강지환, 정준영 등과 같이 호감 이미지의 연예인이 성추문에 휘말릴 경우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는 방대하다. 또 이 같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연예계 은퇴 수순을 밟게 되거나 무죄로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김건모의 경우, 성폭행 여부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하지만 룸싸롱에 드나는 것 자체가 거짓이 아닌 이상 방송에서 보여줬던 해맑고 천진난만했던 김건모의 모습 역시 시청자에게는 배신감으로 다가올 터다.

여기에 설상가상, 김건모 콘서트의 후기 악평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이미지 타격이 배가되고 있다. 김건모는 지난 7일 인천에서 진행된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취소없이 진행했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한 듯 어두운 표정과 예상보다 짧은 공연 등을 이유로 관객들의 아쉬움 가득한 후기가 게재된 것. 여기에 과거 콘서트부터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후기들까지 가세하면서 여러 의미로 가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건모 소속사 측은 이틀째 연락을 두절한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 중이다. 콘서트에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겠다”라던 김건모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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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건음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