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고 애도 안 낳고…개나 고양이에게 돈을 물쓰듯

[신풍속도]

지난해 애완동물 관련 지출 720억불 급성장
미국 전체 67%, 8490만 가구 애완동물 소유
보험업도 성업, 수의사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한인들도 "골치아픈 사람들과 갈등 보다 낫다"

미국의 애완동물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지난해 애완동물에 쓴 돈이 약 720억달러에 달해 대형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10일 경제방송 CNBC가 보도했다.

▶고양이 소유도 크게 늘어

CNBC가 인용한 미 애완용제품협회(APP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지난해 애완용 동물과 관련해 지출한 돈은 총 725억6000만달러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06년 385억달러에 비하면 12년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엔 753억80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기준 사료 구입에 303억2000만달러로 가장 많이 쓰였으며, 소모품 및 약품 구입에 160억1000만달러를 썼다. 수의사 비용으로 181억1000만달러, 기타 서비스 61억1000만달러 등을 지출했다.
또 미국 가계의 67%, 전체 약 1억2760만 가구 중 8490만 가구가 애완동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1988년 첫 조사때 56%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애완동물의 종류(복수 응답) 별로는 개가 6340만 가구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 4270만가구, 민물고기 1150만가구, 새 570만가구, 소형 동물 540만가구, 파충류 450만가구, 바다 어류ㆍ말 각각 160만가구 등이었다.
미국의 애완동물 시장의 급성장은 보험업계와 일자리 창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에 가입한 애완동물은 전체의 1%미만이지만 갈수록 가입률이 높아져 2024년까지 애완동물 보험 산업의 규모가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연방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은 이처럼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6년까지 수의사 등 총 5만7000개의 관련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애완동물의 인간화"

CNBC는 이에 대해 "첨단 장난감에서 전문 수의학 관리까지,사람들은 요즘 자신이나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개나 고양이에게 돈을 물 쓰듯이 쓰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들이 출산이나 가족 갖기를 늦추면서 점점 더 아이들 대신에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위크 대학의 레베카 폭스 연구원은 "견주들은 애완동물을 위한 장난감부터 프리미엄 사료, 의류, 병원비 등의 지출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애완동물의 '인간화(humanization)'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한인 젊은 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1.5세, 2세 미혼 남녀들 역시 30세가 지나도록 결혼은 미룬채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미혼 그래픽디자이너인 제니퍼 김(34)씨는 3년전부터 유기견을 데려다 집에서 키우고 있다. 그녀는 "부모님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서두를 마음이 없고, 강아지와 함께 혼자 사는 생활이 편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되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골치아픈 것보다 잘 따르고 심리적으로 의지가 되는 애완견이 활력소가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