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혁명가' 에밀리아노 사파타 누드 그림 전시회 뜨거운 논란

멕시코

유족·보수 농민들 "역사 모욕" 분노
젊은층선 "신선하고 재미있다" 인기

멕시코 국민 영웅인 '무장 혁명가' 에밀리아노 사파타가 '하이힐 신고 백마 탄 누드 혁명가'로 변신해 멕시코 예술궁전 그림에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사파타를 묘사한 그림이 게이(남성 동성애자)와 프랑스의 나폴레옹, '레이디 고디바'를 연상시켜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른바 '마초(macho·남성중심주의) 문화'가 강한 멕시코에서 보수적 농민층과 유족들은 "영웅을 게이처럼 그려놨다"면서 격분했다고 11일 밀레니오 신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핫한 그림'의 작품명은 '혁명(La Revolucion)'이다. 지난 9일 수도 멕시코시티 소재 예술궁전이 사파타 사망 100주년 특별전을 열면서 이 그림을 걸었다.

'혁명'은 멕시코 화가 파비안 차이레스씨가 그렸다. 지난 9일 그림이 전시되자 사파타의 유족이 곧바로 '그림을 뜯어내라'며 반발에 나섰다. 손자인 호르헤 사파타 곤살레스씨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화가가 유명해지려고 할아버지를 게이로 묘사했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예술궁전이 당장 그림을 내리지 않으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바로 다음 날에는 농민연합을 주축으로 한 사파타 지지자들 200여 명이 예술궁전 미술관에 난입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외설이며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불온한 그림을 당장 불태우라"며 시위를 벌였다.

다만 젊은 층에서는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평이 오간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연결망(SNS)에서는 '예술 만세'라며 화가 차이레스씨를 응원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루이스 바르가스 산티아고 큐레이터도 엘우니베르살 신문 인터뷰를 통해 "왜 이 작품만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면서 "분노의 배경에는 남자는 남자다워야한다고 강조하는 멕시코 특유의 마초 정신과 동성애 혐오 분위기가 자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술궁전에 걸린 '혁명'그림에 멕시코가 들썩이자 안드레스 로페스 오브라도르 (AMLO·암로)멕시코 대통령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파타 그림 논란에 대해 "나는 그림을 보고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면서 "예술가들은 표현과 예술의 자유가 있고 검열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표현의 자유와 부딪히는 유족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둘 간의 원만한 화해를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