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7일 월요일

샌디에고에서 8번 동쪽 방면 고속도로를 타고 동으로 동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의 윈터헤이븐(Winterhaven)을 지나자 아리조나가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주 경계를 지나자 가스 비용이 1달러 정도 저렴해졌다. 또 하나 다른 것은 아리조나 주의 8번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시속 75마일(120.7km), 캘리포니아는 65마일(104.6km)이다.

밤 9시 30분경, 주 경계선을 한참 지난 후 아리조나의 주 검문소가 나왔다. 미국 연방 국경 경비대(CBP: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검문소 직원이 Are you both American citizens?(둘 다 미국 시민권자입니까?) Yes, sir.(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검문소를 통과했다.

아리조나 주 데이트랜드(Dateland, AZ)에 밤 10쯤 도착했다. 자고 가자.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주유소 주변에 미국 전 지역을 달리는 초대형 트럭들이 늘어 서 있다. 트럭 운전자(트럭커, trucker)들이 잠을 자려고 주차한 것이다. 엔진을 켠 상태로 자고 있는 트럭 뒤에 우리도 주차했다.

자기 전에 토마스에게 밥을 주기 위해서 밥그릇을 꺼내려고 주방 수납장을 열었다. 그러자 수납장 안 물건들이 와장창창창~! 떨어졌다. 그중 하나는 미림 소스 유리병, 산산조각 깨졌다. 갈비를 재우려고 샌디애고 한국 마켓에서 구입한건데, 신발이며 옷이며 캠핑카 바닥, 의자 등등…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난리가 났다. 페이퍼 타올로 닦았다. 그런데 미린 소스가 얼마나 끈적거리는지 모른다. 그것도 왕짜증나는 끈적임. 열심히 닦아도 끈적끈적… 남친은 뜨거운 물에 세정제를 풀어서 바닥을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나는 신발도 빨았다. 그렇게 닦았는데도, 얼마나 많은 소스가 사방으로 튀었는지 아직도 여기저기 끈적거렸다. 나는 미림에게 화풀이를 했다. 다시는 미림 사지 말아야지. 미림 소스 없이도 얼마든지 갈비를 재울 수 있는데, 인터넷에서 어느 블로거가 미림 소스로 갈비를 재웠다고 하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해볼까? 그래서 샀는데…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왕창 깨졌고 캠핑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남친은 주방 수납장에 여러 가지 양념통이나 소스 병을 보관한다. 잘 보관해도 운전 중에 물건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쓰러질 수 있다. 그걸 모르고 수납장 문을 열면 쓰러진 병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남친은 캠핑카 여행 하며 얻은 경험을 나에게 미리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말로는 교훈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실전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기 위하여 수납장 문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Watchout! Falling…”(떨어지는 물건 조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