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3명 중 2명 '부유세' 찬성, 소득 불평 등 불만 대선 주요 변수 등장 조짐
이슈진단

"사회주의" "좌파정책" 비난 불구 지지층'쑥'
워런, 샌더스 등 민주 후보외 공화당도'호감'

미국인 3명 중 2명이 '부유세'도입에 찬성한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부유세를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부유세 도입을 앞장서 주장하는 진보 진영 지지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초당파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로이터통신과 글로벌 마켓리서치업체 입소스가 미국인 444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4%가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공적 시스템을위한 분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데 "강력하게 동의"했다.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한 응답자 중 77%가 부유세 도입에 찬성했고,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 5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진보 진영만의 이슈로 여겨졌던 '부유세'가 실은 초당파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유세는 올해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화두로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 같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선 공약으로 띄웠다. 워런 상원의원은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가구에는 연 2%, 10억 달러 이상에는 연 3%의 부유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상속받은 유산이 350만 달러 이상일 때 45%, 10억 달러 이상일 때 최고 77%까지 상속세를 물리는 법안을 제안했다.

부유세 이슈는 2019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가 연 소득 1000만 달러 이상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을 70%로 인상하자고 주장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이후 대표적인 미국 억만장자들이 "우리에게 부유세를 걷어라"고 나서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헤지펀드 투자전문가 조지 소로스, 크리스 휴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등 '슈퍼 리치' 19명은 지난해 공개서한을 통해 "새로운 세수는 미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아닌 가장 부유한 0.1%로부터 나와야 한다"며 "부유세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부유세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세 도입을 놓고 "사회주의"라고 비난했고,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부자들을 중과세로 힘들게 하는 건 좌파들의 오랜 습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내 소득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하면서 '부유세'는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올해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상위 1%가 보유한 자산은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의 자산은 전체의 6.5%에 불과했다.

☞부유세는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비례적 혹은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개인이 가진 전체 '순자산'에 별도로 매기는 것으로, 임금과 이자, 배당 등을 바탕으로 적용하는 소득세와는 다른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