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레스토랑 상징'미슐랭 가이드', 평가 기준 논란 등 유명 셰프들 등돌려

이슈진단

'수만불 컨설팅 비용 받고 이름 올려줘' 의혹
별점 기준 모호…업주들 항의 법정 분쟁까지
'워라밸 문화'선호 요리사, 미식가들보이콧

최고의 레스토랑을 상징하는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는 것은 한때 모든 요식업자들의 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CNN은 14일 점점 더 많은 셰프들이 미슐랭에 실망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는 연 수만달러의 컨설팅 비용을 받고 이름을 올려준다는 의혹과 불분명한 평가 기준 논란 등으로 법적 분쟁까지 휘말렸다.

한 때 최고 권위를 자랑하던 미슐랭 별점을 식당들이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NN은 영국의 유명 셰프 마르코 피에르 와이트(1994년 최연소 미슐랭 3스타 획득 5년 후 포기)를 기점으로 식당들의 미슐랭 보이콧 흐름이 확산됐으며, 이는 최근 몇년간 "어디서나 미슐랭 별점이 눈에 띄게 된 시기와 맞물린다"고 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평가 기준이다. 특히 별점이 하락할 때 기준이 모호하거나 납득하기 힘들 때가 많다는 점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3스타(별 세 개)를 만점으로 하는데 별 세 개를 받았다가 강등되는 경우 이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셰프들이 많았다는 것.

한국내에서는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가 지난해 11월 미슐랭 등급이 강등되면서 "명확한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매체 권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등급을 매기고, 평가 제외 요청에도 불구하고 낮은 등급으로 가이드북에 기재했다"며 모욕죄 소송을 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도 유명 셰프 마르크 베라가 비슷한 소송전을 벌였지만 두 사례 모두 법원은 "모욕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미슐랭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베라는 미슐랭 판정단이 "체다치즈와 알프스산 치즈도 구분하지 못한다"며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미슐랭 보이콧 움직임에는 최근 확산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문화도 크게 한 몫 했다. 셰프들이 미슐랭 별점 유지를 위해 휴식 없이 일하거나 등급 하락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3스타를 한번 받고 나면 떨어질 일만 남은 셈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미슐랭의 권위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SNS가 활발한 요즘은 온라인에서의 화제성이 미슐랭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이는 미슐랭 이라는 권위보다 직접 음식을 먹으러 오는 고객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런던 르 꼬르동블루 디렉터이자 셰프인 에밀 미네브는 "셰프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요리할 수 있기를 원한다"며 "미슐랭 별점에 집착하게 되면 정작 손님들에겐 신경쓰기 힘들다"고 밝혔다.

최근 미슐랭 컨설팅 비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미식가들에게도 미슐랭에 대한 신뢰도 역시 최하로 떨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