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사인 훔치기'후폭풍 일파만파…LA시의회 "우승 트로피 다저스 줘라" 결의안

뉴스포커스

세디요 시의원 "속임수에 패배, 다저스 준우승 억울"
미국 언론 "정서적으론 이해되나 비현실적인 결의안"
한인 팬들도 분노 "최소한 우승팀 이름은 박탈해야"

'사인 훔치기 스캔들'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2017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사 외야에 설치된 카메라를 사용해 사인을분석하고 타자들에게 전달했다는사실이 드러나면서 촉발된 사태가 야구계는 물론 미 전체사회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워싱턴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슈까지 쓸어담을 분위기다. <관계기사 스포츠섹션>

특히 지난 2017년과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던 LA다저스는 당시 우승한 휴스턴과 보스턴 레드삭스가 모두 전자기기를 사용해 사인을 훔친 사실이 드러나자 팬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분노하고 있다.

LA 타임스는 15일 LA 시의회가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2017년과 2018년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다저스에 시상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다음 주 안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휴스턴의 제프 르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에게 1년 무보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고 구단에겐 500만 달러 벌금과 향후 2년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했다. 휴스턴은 징계가 발표되자 곧바로 르나우 단장과 힌치 감독을 해고했다. 보스턴 역시 2018년 사인 훔치기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보스턴은 휴스턴에서 코치로 일할 당시 사인 훔치기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알렉스 코라 감독을 해임했다. 또한 뉴욕 메츠도 카를로스 벨트란 감독을 선임한 지 2개월 만에 경질했다.그는 2017년 휴스턴에서 선수로 뛰면서 사인 훔치기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길 세디요 LA 시의원은 "이건 공정과 정의의 문제"라며 "2017년 최고의 팀은 누구였나? 2018년 최고의 팀은 누구였나? 바로 다저스였다. 그들은 속임수를 쓴 팀에 당했다"며 "다저스에 WS 우승 타이틀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각에선 세디요 시의원의 지역구에 다저스타디움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의안을 낸 것으로 의혹을 제기했으나 그는 "다저스 구단도, 나의 지역구도 결의안 상정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LA 시의회가 추진하는 결의안에 대해 정서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야후스포츠는 "휴스턴과 보스턴의 2017년과 2018년 WS 우승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는 되지만 비현실적인 제안"이라며 "그리고 두 우승 트로피를 다저스에 줘야 한다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야후스포츠는 "휴스턴이 확실히 사인을 훔쳤고, 보스턴도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사인 절도'가 없었다면 다저스가 우승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불가능하고 의미 없는 결의안"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LA 지역 한인 야구 팬들 역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필문(35)씨는 "비록 다저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주지 않더라도 최소한 휴스턴과 보스턴의 이름을 2017년, 2018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에서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다저스가 우승을 했다면 류현진은 월드 시리즈 반지를 두개나 잃은 셈이니 억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