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 반복…엄홍길 "눈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포카라[네팔]=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한국인 교사 4명과 현지인 3명이 실종된 지 7일째인 23일(현지시간) 사고 현장 수색이 사실상 잠정 중단됐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KT 드론수색팀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고, 네팔 군·민간수색대 등도 모두 현장에서 일시 철수하기로 했다.

외교부 신속대응팀은 이날 "군 수색대, 수색견 동원 수색팀, 민간 수색팀 모두 포카라로 철수했다"며 "주민수색팀도 마을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KT 드론수색팀은 지난 21일부터 사흘 연속 사고 현장 수색에 나섰으며 이날은 대형 드론과 구조견을 현장에 투입했다.

엄홍길 대장은 "사람, 동물(개), 기계 등 투입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이번 눈사태로 인해 사고 지점 도로에서 가까운 부분은 3∼5m, 도로 옆 계곡 바닥에 가까운 하단은 7∼10m가량 깊이의 눈과 얼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며 "6m짜리 탐침봉이 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 21일 현장에 투입된 네팔군 수색구조 특수부대 요원들도 이날 마을 주민과 함께 철수했다.

애초 군 특수부대 요원들은 4박 5일간 인근 산장에 머물며 현장 수색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당겨 철수를 결정했다.

수색의 베이스캠프 노릇을 했던 인근 산장도 일시 폐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대장에 따르면 현지 주(州) 지사는 "조만간 인력을 보강해 다시 수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엄 대장은 "사고지점의 기상이 너무 좋지 않다"며 "어젯밤에도 3∼5㎝가량 눈이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견은 날씨가 추운 데다 얼음이 털에 달라붙어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며 "실종자가 너무 깊은 곳에 묻혔는지 구조견은 냄새도 맡지 못하는 상황 같았다"고 덧붙였다.

KT 드론 수색팀이 이날 동원한 대형 드론도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로 인해 SD 메모리카드가 오작동을 일으켰고 배터리가 일찍 방전되는 등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색에서는 전날과 달리 매몰추정지점의 눈조차 파헤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민관군은 실종 다음 날인 지난 18일부터 수색 총력전을 펼쳤지만, 진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색작업은 19일과 20일 연속으로 오후 들어 날씨가 나빠지고 새로운 눈사태가 발생하면서 중단됐고 21일에도 기상 악화 등으로 인해 오후 1시 30분께 수색이 중단됐다.

22일에는 금속탐지 장비 등으로 확보한 매몰추정지점을 직접 파헤치며 수색에 나섰지만, 실종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은 지난 17일 오전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산장에서 하산하던 중 네팔인 가이드 3명(다른 그룹 소속 1명 포함)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눈사태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눈 외에 얼음까지 함께 뒤섞여 실종자를 덮친 상태라 수색에 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noanoa@yna.co.kr